학부모라면 학기 초에 자원봉사의 문제를 놓고 고민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돕는 것부터 시작해서 학교 행사 때 일손을 돕는 것, 현장학습에 운전하는 것, 교실에 딸린 작은 꽃밭을 가꾸는 것까지 그 종류는 다양하기만 하다.
수업료가 없는 공립학교 뿐만 아니라 엄연히 비싼 돈 내고 다니는 preschool에서도 오라 가라 하는 일이 어찌나 많은지 달력에 표시를 해 놓지 않으면 놓치기 일쑤이다.
어느 아이의 경우에나 나는 나 여기 왔소 하는 정도로 일했다. 일은 부지런히 하면서도 의무감 외에 누가, 특히 교사가 나 좀 안 봐주나 하는 생각이 늘 있었다. 그런데 그 때마다 주눅이 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다른 미국 학부형들이 영어를 나보다 더 잘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그렇게 봉사를 즐길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존중하고 격려해주는 말과 솜씨도 보통이 아니지만 남에게 보이려고 무리해서 일하는 법도 없었다.
또한 교사와도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되 결코 내 아이 좀 더 봐달라는 의도는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이타적인 태도 때문에 그들은 내 아이, 남의 아이의 구분을 넘어선 전체 학교, 지역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런 자연스러움은 그들이 어릴 때부터 해 온 봉사 활동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 같다. 반면 이러한 사회적 기반이 빈약한 우리로서는 어쩐지 봉사활동이 어색하기만 하다.
좌충우돌 자원봉사 경력 10년 여 만에 이번에 5학년 짜리 아들의 학교에서 간 2박 3일간의 현장학습에서는 정말 즐거운 봉사 활동을 경험했다. 아이의 초등학교 마지막 여행이 될 것 같아 돌도 안된 막내와 막 초등학생이 된 딸까지 데려가 전기와 난방 없는 숙소에서 같이 자고 먹고 했다. 한 반 아이들 스무 명에 어른 열 셋이 붙었으니 일거리는 엄청났다.
그런데 옷이 다 젖도록 접시를 닦고 우리 집도 1년에 한번도 안 하는 수준의 대청소를 하는 동안 마음에 전에 없던 기쁨이 밀려왔다. 일은 힘들건만 나 역시 현장학습 자체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자원해서 봉사하는데 10년이 걸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