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한국어가 미 정규학교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한국어 AP시험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었다. AP과목 시험이 있다면 정규학교 관계자들에게 한국어반 개설을 보다 현실적으로 설득할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AP시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칼리지보드는 미국내 최소 500개 이상의 학교가 한국어반을 운영해야 하며 기부금으로 최소 150만 달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한국어 AP과목 채택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어와 일본어 AP시험 채택에서 각각 70만 달러를 요청했던 것의 2배가 넘는 기부금이다.
뉴욕·뉴저지에서는 어느 해에는 한국어반이 갑자기 폭증했다가 바로 다음 해에는 아예 사라져버리길 반복한지 벌써 수년째다. 미국내 타 지역도 상황이 비슷한 점을 감안할 때 한국어반 500개 이상 개설 조건은 가까운 미래에 실현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한국어를 제2외국어 필수과목으로 개설했다가 1년 만에 중단한 브롱스 트루만 고교는 첫해 한국어를 수강했던 타인종 학생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타 학교와 달리 필수과목이었던 터라 한국어만으로도 졸업 필수조건을 이수할 수 있었지만 중도 하차하는 바람에 아예 수강하지 않느니만 못한 셈이 되고 만 것이다.
150만 달러의 기부금도 마찬가지다. 그간 매년 한국정부의 지원금이 정규학교 한국어반 개설에 결정적인 밑거름이라는 각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늘 미지근한 반응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어 AP시험 채택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거금의 종자돈 지원은 물론이고 교육부 장관이 칼리지보드를 직접 방문한 일이며, 이탈리아어 AP시험 채택을 두고 이탈리아 정부가 기금 지원에 이어 주미대사를 칼리지보드로 보내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간 뉴욕·뉴저지 한인사회는 한국어반 개설 문제를 놓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리를 들이대며 오랜 기간 서로에게 먼저 책임을 미뤄왔다. 지원금이 부족하니 학급을 개설할 수 없다고 하면 수요가 적어 충분한 지원이 어렵다고 맞받는다. 학교 관계자들도 수요공급을 논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한인 및 타인종 학생들에게는 적절한 한국어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학교 관계자들에게 제시할 한국어 채택 논리를 제대로 개발해야 하는 과제는 바로 한인사회의 몫이다. 지난해 SAT II 한국어 시험 응시자(4,443명)는 중국어(6,878명)와 거의 맞먹고 일본어(1,732명)보다는 월등히 많은 점을 보면 한인사회의 과제 수행도 멀지 않아 보인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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