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이름난 대학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백인이라고 해서 다 영어를 잘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만큼 방문객도 우리 같은 이민자도 많다는 얘기다. 이민 생활 10년 여 동안 가만히 보니 주류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람들도 백인만이 아니라 중국인이나 인도인 1.5세부터 2세로서 미국인과 결혼한 사람들 등 결혼으로서 주류 사회에 선을 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다양한 구성에다 나 같은 1세들이 아이들 교육을 명목으로 각 나라에서 몰려 와서 아시안 아이들이 10년 사이에 어찌나 많아졌는지 내가 미국에 있는 건지 잠시 착각이 일 정도이다.
우리가 있는 곳이 실리콘 밸리여서 그런지 말 그대로 먹고 사는 수준은 백인이나 이민 1세나 그다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인데 이민 사회의 뿌리가 확실하게 잡혀 있는 중국의 경우 Chinese New Year등의 행사로 각 학교마다 확실한 문화 홍보를 하고 있다. 내가 들어도 어색한 억양을 가지고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국 엄마들을 만나면 영어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다 대부분의 중국 아줌마들은 바깥일도 겸하고 있으니 그 억척스러움 앞에 할 말을 잃는다.
그에 반해 한국 부모들의 학교 참여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김, 이, 박의 성을 가진 아이들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아시안이면 다 중국인인 줄 치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 아이를 보고 대뜸 중국말을 하는 중국 아줌마도 있다. 그러면 나는 또렷한 영어로 우리는 중국말 못하다고 하며 속으로는 아니 우리 아이 얼굴이 그렇게 퍼졌나 하고 심통을 부린다.
중학교에 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사회 시간에 중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배우고 일본도 그에 못지않게 다루지만 한국은 그저 한마디 하고 지나간다고 한다. 물론 백인 선생님에게 무엇을 기대하랴 만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미국 선생님들을 모아 오늘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 세미나를 한다고 해서 기대가 된다. 중학교부터는 선생님들과 부모는 서로 얼굴도 모르기 십상이지만 그래도 메일 한 통 해서 이런 정보를 전해 주는 부모에게 선생님도 한국의 존재를 다시 한번 느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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