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필진으로 지난 5월에 글을 쓴 바 있는데 갑작스럽게 다시 청탁을 받게 되었다. 여러 이유를 물은 후 흔쾌히 또 부담스런 승낙을 했다. 그리고는 “제 타이틀(신분 또는 직업)을 뭐라 할까요?” 물었다. 기자는 “목회자 아내로 하세요” “왜요? 이제 더 이상 그 신분도 아닌데요” “독자들이 원합니다.” 글쎄… 은연중에 지난 칼럼들을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읽고 공감을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경험도 많지 않은 아마츄어 글솜씨에, 갑자기 특별한 환경에 놓인 나의 경험과 생각들을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쓸까. 내내 염려하며 글을 쓴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몇몇 칼럼은 직접적인 반응을 받은 것도 있어 이어 지는 속편을 어떤 기대로 읽어 줄지 걱정이 앞선다.
더욱이 “목회자 아내”라는 타이틀이 주는 압박감은 목회하는 남편이 없는 상황에서 더 짓누른다. 과연 독자들은 목회자 아내로부터 무엇을 알기 원할까.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글을 읽어 줄까. 믿음과 신앙의 이상적인 롤모델을 원할까, 고난을 꿋꿋하게 이겨나가는 참 믿음의 어머니 상을 보고 싶어 할까. 물론 생각과 고민없이 글을 쓰지는 않지만 그 글로 인하여 덕이 안되면 어찌하나, 신앙인으로서 소위 하나님께 누가 되지는 않을까 근심이다.
지난 3월 이후 현실과 꿈, 아니 엄밀히 말해 전혀 다른 세상에 옮겨와 살고있는 듯한 느낌을 아직도 종종 갖는다. 지금까지 살아 왔던 배경이 완전히 바뀌고 또 다른 목회자 아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람들을 만나고 글을 쓴다.
한국인이 특히 타이틀에 민감하다는 것을 잘 안다. 존칭어와 타이틀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처음 만나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이틀에서 그 사람에 대한 인품과 사회적 지위와 능력을 헤아려 보기도 한다. 특별히 글을 쓸 때는 더 예민하다. 나를 무슨 타이틀로 대표할 것인가. 그것은 곧 나를 그 틀에 맞추어 딱 들어 맞는 부분만 보여 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모난 부분은 잘라 내고 필요없는 부분은 버려야 한다. 타이틀에 맞는 돌만 골라내야 한다. 그러나 먼훗날 내가 버린 돌조각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보며 글을 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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