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원고 부탁을 하시며, 기자님이 제게 물었습니다. 타이틀을 뭘로 할까요?
벌써부터 첫번 원고의 제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테고, 찰라적으로 멍한 끝에, 아, 뭐하는 사람이냐는 뜻이구나 담박에 알아챘습니다. 그냥 주부라고 하세요… 정말요?… 기자님의 되물음에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부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이상한 것인가?…
전화를 끊고나서 타이틀에 대한 생각이 잠시 머리 속에 맴돌았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그래서 달고 사는 타이틀, 말입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타이틀이 있지 않습니까. 어떤 사람인지, 뭐해 먹고 사는 사람인지, 한마디로 그 사람을 함축성있게 알려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 또한 이런 저런 타이틀을 달았다 떼었다 하며 살아오다 지금은 확실한 타이틀 하나 달고 살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주부. 그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을 철밥통의 타이틀입니다. 딱히 저만이 아닌 대다수의 여성분들이 달고 살아온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타이틀입니다.
한때 일과 가정, 두 토끼를 쫓느라 힘겨워하던 저는, 어쩌면 이 타이틀을 오매불망 꿈꾸어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생전 레이오프도 없는 이 타이틀. 요즘같은 세상에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사실 명함조차 내밀 수 없는 그것이긴 해도, 이 세상 어떤 왕같은 타이틀과도 절대 바꾸고 싶지 않은, 내 아이들의 엄마, 내 사랑하는 남편의 아내라는 타이틀, 바로 주부란 타이틀입니다.
그리고, 이왕 타이틀이란 말이 나온 김에, 훗날, 내 갈길 다가고 신 앞에 서는 날, 나의 모든 껍데기는 벗겨지고 나의 가장 나중 지닌 어떤 타이틀로 그 분 앞에 설 수 있을까도 생각해봅니다. 과연 이 세상 어떤 폼나는 타이틀이 그 분께 어필될 수 있을까요. 그저 당신의 자녀라는 타이틀, 그거 하나로 족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제 묘비에도 정말이지 그 타이틀 하나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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