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거시기 플루다 뭐다 해서 아이들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많이들 아픕니다. 저희집 둘째도 며칠 끙끙 앓아누웠습니다. 삼일 연속 벌겋게 열에 들떠 있더니 어제는 그나마 열은 좀 떨어졌는지 얼굴에 노란꽃이 피어설랑 축 늘어져 있던 녀석이 슬며시 엄마에게 기대옵니다. 엄마, 마사~지 미…
매일 저녁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녀석을 한바탕 주물러 주어야만 그제사 게슴치레 눈이 풀려서는 자기 방으로 건너가 자는 녀석입니다. 그래, 어제는 녀석을 다른 때보다 더 꼭꼭 주물러 주고 덤으로 아픈 배도 살살 문질러 주었지요. 엄마 손은 약손… 왜 이런거 있지 않습니까. 리듬을 곁들인, 주문과도 같던 그 말의 힘을 저는 아직도 믿고 있거든요. 녀석처럼 자주 탈이 나곤 했던 내 배를 문질러주시던 엄마의 따스했던 손길의 힘이 실은 더 컸을테지요. 엄마 손은 약손의 효력을 지금도 믿기에 녀석의 배를 문질러 주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엄마란 존재에게 자식 치료의 은사를 주신 것이 아닐까…
녀석 어릴적 녀석이 아플 때마다 안방으로 슬그머니 건너오곤 했습니다. 하루는 코가 막혀, 하루는 배가 아퍼, 하루는 그냥 아퍼… 꾀병은 그렇다치고 정말 아플 때야말로 녀석을 몇날이고 끼고 자야만 했는데, 요 며칠도 아프다는 이유로 다 큰(?) 녀석을 끼고 잡니다. 열이 펄펄 끓는 녀석의 뜨거운 입김을 받아 들이쉬며 차라리 내게 옮아 붙어라, 내게 옮아 붙어라…그렇게 밤을 지새고 난 다음날 아침, 밤새 열에 들떠 입술이 갈라지고 힘이 없어도 녀석은 한결 전날보다 나아 보입니다. 복용한 약의 힘이 컸을테지만, 품고 잔 엄마의 기운도 무시하고 싶진 않습니다. 뜀박질하다 넘어졌을 때, 벌떡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땅이 주는 치유의 기운이 나오기 때문이라는 미신같은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흙에서 만들어졌기에 흙이 치유의 근본이 된다는 말일텐데, 의학적이진 않지만 왠지 성서적이긴 한 것 같습니다.
녀석을 열달간 품고 있었던 엄마인 저, 녀석에게 흙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안아주고 품어주고 만져주는 엄마의 손길이, 녀석을 일으켜세운 치유의 기운임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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