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내장산 가을풍경 / 아이린서(엘림투자대표)
건전한 오락 가운데 가장 권장해야 할 것은 자연과 벗하는 것과 독서하는 것 두 가지라 하겠다. - 도쿠토미 로카 (소설가) -
단풍놀이는 중양절(음력 9월 9일)을 맞아 사람들이 남산, 북악산 등에 올라 시식(제철에 맞는 음식)을 먹고 흥겹게 지낸 것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이 풍속이 발전해 한국에서는 가을 만 되면 수 많은 사람들이 단풍구경을 하러 전국 유명 산들을 찾는다.
나는 오래도록 캘리포니아에 살다 보니, 진한 단풍으로 불타듯 휘감긴 산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내장산에 들어서니 노랗고 붉은 단풍들이 정말 눈부셨다. 산 전체가 단풍이고, 산에 오르는 길마다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단풍터널이었다. 작은 단풍잎을 주워 책 갈피에 끼워 넣으며 산이 참 아기자기하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익은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들도 많고, 빨간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산에 굽이치듯 뻗어있는 등산길마다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곳곳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 김밥 도시락을 펼쳐놓고 맛있게 먹고 있었다.
내장산 입구엔 미국의 산행에서는 볼 수 없는 진기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수 많은 음식점들이 줄지어 늘어서있는데, 저마다 TV에 출연했다고 크게 써 붙어 있고, 길마다 각종 음식을 파는 좌판에 곶감, 연시, 단감, 각종 나물들, 옥수수, 밤, 약초, 칡, 엿, 올기쌀 (찐 쌀) 등등이 즐비했다. 야외 음식점 앞 광장에는 트롯트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십 수명의 중,노년 어르신들이 춤을 신나게 추고 있었다.
산을 내려와 차를 타고 좁은 국도로 들어서니 벼들이 다 베어진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었고, 길을 따라 작은 마을 깊숙이 들어가니 폐교된 작은 학교가 하나 있었다. 그곳이 바로 같이 간 친구가 졸업한 곳이라고 한다.
내장산 주변의 복잡한 모습, 인적 드문 시골마을의 폐교 등이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거나,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가본 곳이고, 한국에 자주 올 수 없기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찡하고 아쉬웠다. 매년 가을이면 내 조국 내장산 붉은 단풍이 많이 그리워 가슴앓이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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