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인터뷰 - 25일 개봉 ‘길’ 주연 비고 모텐슨
오는 25일에 개봉되는 드라마 ‘길’(The Road)의 주연배우 비고 모텐슨(41)과의 인터뷰가 지난 7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 윌셔 호텔서 있었다. ‘길’은 초목과 짐승들이 모두 죽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먹을 것이 없어 식인종이 되는 지구 종말 후의 얘기로 아버지와 그의 어린 아들이 보다 나은 곳을 찾아 잿비가 내리는 길을 따라 한 없이 걷는 일종의 ‘로드무비’다. 참담하고 음울하고 또 춥고 절망감이 가득하지만 결코 인간성과 연민과 선을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지닌 작품으로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노인들의 땅이 아니다‘의 원작 소설을 쓴 코맥 맥카시의 베스트셀러가 원전이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발에 셔츠바람으로 회견장에 나온 모텐슨은 마치 예수처럼 생겼는데 질문에 매우 성실하고 상세히 대답했다. 수줍어하는 듯 조용한 음성으로 말을 했는데 답변 내용이 철학적이다시피 심오했다.
절망·분노하는 이들에 작은 희망의 횃불 지펴
주는 것이 이 영화의 뜻
촬영하며 쓴 많은 시들
나와 아버지와 아들과 그리고 자연에 관한 것
▲세계는 지금 지구온난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파국으로 가고 있다. 당신은 우리 미래에서 희망을 보는가.
-나는 낙관론자다. 때로 삶의 분주함으로 잊는 수도 있으나 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내가 만약 신이라면 나는 세상을 지금과 똑같이 만들 것이다”라고 한 말에 근본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인간이 본래적으로 악하거나 어리석지도 않고 또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영화에서처럼 정신이 진화한다고 생각한다.
▲역을 하기가 감정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는가.
-육체적으로보다 감정적으로 더 큰 도전을 받았다. 과거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역을 맡은 적이 여러 번 있지만 이 영화처럼 끊임없이 이들 두 방면에서 요구를 받기는 처음이었다. 내가 염려한 것은 첫째로 배우로서 어떻게 사실성을 살리는가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항상 후회와 슬픔의 느낌을 지니고 다니느냐 하는 것을 걱정했다. 둘째로 어떻게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었다.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려면 무언가가 일어나야 하는 것인데 우리는 참으로 좋은 얘기를 소재로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데 신경을 썼다. 작품의 주제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운 좋게 뛰어난 재능을 지닌 어린 배우 코디 스밋 맥피를 발견해 그가 내 일의 절반을 해주었다.
▲일상에서 어떤 일들이 당신으로 하여금 당신이 아직도 인간이고 존재하고 또 착하다는 것을 상기시키게 하는가.
-작은 제스처와 같은 작은 것들이다. 영화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나누는 작은 순간과 같은 것들이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친절과 사랑 같은 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친절은 매우 단순한 것 같지만 그것은 이 영화에서처럼 고된 여정 끝에 얻어지는 것이다. 내가 인간임을 상기케 해주는 것은 사람들과 상황들이다. 이 영화의 시사회 후 사람들의 얼굴에서 슬픔도 느꼈지만 다른 한 편으론 미소도 볼 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의 그런 표정을 보면서 내 가족과 친구들과 또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해 조금 더 감사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느낌을 사람들뿐 아니라 때로 짐승들로부터도 얻는다. 설명하기 힘든 친절의 이상한 순간들이라는 것이 있다.
▲지구의 녹색화를 위해 무슨 일을 하는가.
-나는 프리어스를 몬다. 그리고 폐품 재생에 협조한다. 또 낭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차창 밖으로 물건을 내던지지 않으며 자연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한다.
▲사진작가요 시인이자 화가로서의 당신이 이 영화에 나오면서 얻은 경험에 대해 말해 달라.
-나는 사진작가여서 감독 특히 촬영감독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내가 어디에 서야 되는지를 알고 또 그들의 조명방침에 대해서도 알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그들을 도울 수가 있다. 특히 이 영화는 날씨가 나쁜 겨울에 야외촬영을 해 내가 촬영감독의 도움이 될 수 있어 좋았다. 영화를 만들면서 사진을 많이 찍고 스케치도 많이 했고 또 내 역에 관해 시도 많이 썼다. 많은 시들은 영화 속의 얘기가 아니고 나와 나의 아버지, 내 아들 그리고 자연과 가족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일기이다.
▲코디와 일하는데 당신과 당신 아들의 관계가 어떤 지침이 되었는가.
-촬영 전에 맥카시와 오랜 전화 대화를 나눴다. 아버지 노릇과 우리들의 아들들에 관해서였다. 원작 소설은 맥카시가 자기 아들에게 바친 것이다. 코디는 내 아들 헨리(21)와 내가 코디 나이였을 때를 생각케 해주었다. 책을 여러 번 읽으면서 내 아버지가 내게 한 행동과 내가 내 아들에게 한 행동을 생각했다. 그러나 일단 촬영이 시작되면서는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얘기는 반드시 부모가 아니더라도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을 보면 아들이 점차 아버지의 선생이 된다. 그것은 어른과 아이의 관계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종의 진화현상이다. 나도 그런 경험을 10대 때 가져 봤다. 영화는 이런 진화현상을 매우 이름답게 그리고 있다.
▲왜 세상의 종말이 어떻게 왔는가를 보여주지 않는가.
-책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책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그리고 그것은 얘기와 상관도 없다. 끔찍한 자연 속의 길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의 진화를 위한 은유다. 그것은 부모의 걱정과 부자간의 딜레마를 극대화하고 있다. 그리고 어른은 아이보다 더 오래 살면서 보다 많은 기억과 후회를 쌓아 아이들보다 더 많이 과거에 살고 있다. 반면 아이들은 현재에 사는 것 같다. 책은 이런 얘기를 확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것은 아들은 아버지가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세상을 모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런 내용에 충실하기 위해 전연 특수효과를 쓰지 않고 영화 속 모습과 똑 같은 실제 장소에서 찍었다. 불행하게도 세상에는 영화의 장면과 같은 장소들이 많다. 그리고 세상에는 영화와 같이 절망 속에서 살면서 분노하고 또 친절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것들을 극복하고 작은 희망의 횃불을 지펴 나른다는 것이 이 영화의 아름다운 점이다. 그것은 우리가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코맥 맥카시와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나는 1980년대부터 그의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영화를 찍기 전까지 ‘길’만 제외하고 그의 모든 책을 읽었다. 이 책이 전 세계에서 크게 히트하고 있는 것은 그 이 보편적인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맥카시의 책들이 묘사하는 풍경과 산문을 사랑한다. 사람들은 처음에 이런 내용의 책을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 수 있느냐고 의문들을 했지만 우리는 만들어냈다. 매우 감동적이요 아름다운 영화로 모두들 꼭 봐야 할 작품이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세상이 멸망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그 대책은 무엇인가.
-기상문제에 관해서 말하자면 교토 의정서를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하는데 듣자하니 세계 정상들이 이 문제에 있어 벌써부터 개선책을 마련하기보다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타협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후대를 위해서는 절대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당신은 다양한 역을 모두 소화해 내는 배우인데 정식 연기공부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배우는 자신감이 필요하지만 언제나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역을 연기하기 전에 연습을 안 하겠다는 배우나 감독은 돌았거나 게으른 사람들이다. 때로 신선감을 살리기 위해 연습을 하지 않아야 할 때도 있지만(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해변에서의 내 죽음은 코디의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연약해진 모습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연습을 안 했다) 그런 것은 예외에 속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공부하고 실수를 하면서 자신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 영화는 당신과 당신의 아버지 그리고 당신의 아들과의 관계에 있어 어떤 과거를 기억케 했는가. 또 당신은 아들의 무엇을 걱정하는가.
-특별한 것은 아니고 이해와 인내와 같은 일반적인 것들이다. 내가 아버지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는 것과 아들로부터 내가 배운 것에 대한 고마움과 같은 것들이다. 나의 아버지는 아직도 생존해 계시는데 이 영화를 만들면서 아버지와 보다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로 하여금 우리 서로 간에 남아 있는 시간을 촌음을 아껴 대화하고 또 그로부터 배워야 하겠다고 원하게 만들었다. 나는 아들과 늘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이 영화로 인해 그를 좀 더 아깝게 여기게 됐다.
▲당신이 나온 영화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과거의 내 영화를 볼 때면 영화 그 자체보다 내가 그 때 무엇을 했으며 내 주위에는 누가 있었고 나는 무엇을 느꼈으며 또 세계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으며 미대통령은 누구였는가 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영화를 만든다는 경험은 내게 있어 카메라 안과 밖의 사람들과의 관계다. 나는 특별히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없다.
▲이 영화는 매우 무서운데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게 정직하지 못한 것과 삶으로부터 최대한 얻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본능적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책을 편집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스케치를 하고 또 여행을 즐긴다.
아버지와 아들이 손수레를 몰고 잿비가 내리는 길을 걷고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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