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른 열매를 위하여 / 황희연(세종한국학교)
숭례문이 화재로 없어졌다고 안타까워했던 승용이가 벌써 SAT II 한국어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항일 운동을 하셨던 외할아버지의 아버지가 자랑스러운 승용이에게 잘못 표기된 독도와 동해에 대한 공부를 하다가 여름에 만났던「반크」이야기를 해 주면서 거기서 받은 지도를 보여 주니 갖고 싶어 안달이다.
나도 한 장 밖에 없고 수업용으로 사용 하기에 선뜻 줄 수 없음에 미안 했는데, 하루 빌려 달라고 하여 그렇게 했더니, 그 큰 지도를 복사하여 코팅까지 해서 책상 앞에 걸어 놓은 것이 아닌가!
「완전 감동」이었다.
또, 한 청년은 십 이삼 년 전 학교의 골치 덩어리였다. 교사 누구도 그 학생을 담임 하기 싫어해 서로 떠 밀기 바빴다. 어머님은 결국 손을 들고 한국 학교를 포기 하셨고, 그는 쾌거를 부르며 한국 학교를 자랑스럽게 은퇴(?) 했다.
지금 그는 응급차 간호사인데 가끔 911으로 출동해서 가 보면 영어 못하는 한국 노인 분들이 계셔 안타깝다고 호소를 하며, 뒤 늦게 한글 공부를 하느라 휴일을 투자하고 있다.
이렇게 모국에 대해 남 다른 애착을 보이는 2~3세 학생들이 가끔 있는데, 이 학생들의 공통점은 한국의 학생들보다도 더 (내 느낌으로) 한국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비록 한국 학교에서 적응을 못 하여 낙인(?)이 찍혔을지라도 개인적으로 한글을 배우며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 사람임을 자부하는 마음은 누구 못지 않다.
그런데, 요즘은 대학 가기가 힘들어져서 그런지 한글에 대한 관대한(?) 견해를 가진 부모님을 만나면 가끔 곤혹스럽다.
가정에서 대화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지 뭘 더 시키냐면서 대학 갈 때 크레딧 받게 한국 학교 자원 봉사자로 일하게 해달라고 성화고, 결석이 잦아 연락을 드리면 학원 수업 때문에 못 간다고 딱 자르고, 12학년이 되면서 11월에 있을 SAT II 한국어 시험을 보게 지도해 달라며 자녀의 실력과는 상관 않고 막무가내로 부탁이다.
사실, 한국어가 점수 따기 쉬운 것은 꾸준히 공부한 학생에게만 해당 사항이지 그렇지 않으면 헷갈리기 쉬워 일년에 한번 있는 시험 망칠 확률이 큰 과목이다.
벼락치기 석 달 공부한 후 다행히 만족한 점수 나오면 그냥 지나가고, 점수가 영 맘에 걸리면 다음 학기 다른 학생들 등록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크」에서는 3%가 있기에 가장 작은 겨자씨를 심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 했다고 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워지는 한국 학교 교사 이지만, 3%의 겨자씨들이 곳곳에 있기에 오늘도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만난다.
이번 주면 SAT II 한국어 점수가 다 나왔을 텐데, 큰 기대를 하며 토요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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