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다. 때문에 그 역사가 상당히 길다.
또 다양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의 하나가 중국이다. 중국에서 화폐사용은 그러나 상당히 더디게 진행됐다.
전통적인 중국의 통치체제는 조공관계다. 조공을 받는데 계산을 따진다는 것은 체면을 손상시키는 짓이다. 때문에 화폐 사용과 발달이 생각보다 더뎠던 것이다. 전사(戰士)의 나라 스파르타는 사치를 철저히 배격했다. 그러므로 금이나 은의 사용도 천하게 여겼다. 그래서 쇠꼬챙이를 화폐로 사용하기도 했다.
세계제국 원나라는 지폐를 발행해 널리 사용했었다. 원나라는 교초라는 지폐를 사용하면서 지폐 위조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문구를 써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위조지폐가 남발되면서 이는 원 제국 몰락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현대적 개념의 화폐가 틀을 잡기 시작한 것은 세계 2차 대전을 전후한 20세기 중반부터다. 세계 각국이 중앙은행을 설립하고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화폐는 오늘날 통화의 기능뿐 아니라 그 사회를 비추는 거울 역할도 한다.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 역사를 알리는 시각예술품으로 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폐 속에는 때로 권력의 모습도 들어있다. 그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이 아프리카다.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자신의 얼굴을 담은 화폐를 발행하는 것이다.
우간다의 경우 정권이 바뀌면서 오보테에서 아민, 오켈로, 무세베니 등의 얼굴이 든 화폐가 잇달아 발행됐다.
이런 면에서 중국이 가장 최근 발행한 제5차 인민폐도 흥미를 끈다. 그 어느 때보다 모택동의 얼굴이 크게 부각돼서다. 공산당의 사회통제기능이 약해진 것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 같다.
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북한의 새 화폐는 지폐 아홉 종류와 주화 다섯 종류다. 최고액인 5천원 권에는 여전히 김일성의 얼굴이 들어있다. 구권과 다른 것이 있다면 김일성 초상이 젊은 시절이 아니라 말년에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다.
이 북한의 지폐가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말이 화폐개혁이지 북한 주민들이 지니고 있는 돈을 사실상 몰수하는 조치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라고 한다. 자살자가 나오고, 살인에 방화사건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신으로 떠받들고 있는 화폐에 인쇄된 김일성의 초상이 훼손되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엇을 말하나. 수령절대주의체제가 곧 무너진다는 걸 암시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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