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많은 비가 내렸는지 정원 바닥은 젖어 있고 나무에는 이슬이 맺혀 있어서 세상이 한결 깨끗해 진 것 같아 보인다. 한국학교 종강이 다가와서 방학숙제를 준비하다가 무심코 창밖을 보니 멀리 보이는 산에는 하얀 눈이 중턱부터 쌓여 있어서 겨울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눈을 밟으면 뽀드득 소리가 나겠지…’ 하는 생각이들자 돌아오는 토요일에 있을 한국학교 10주년 기념 발자국 잔치가 떠올랐다. 소복히 쌓여 있는 눈을 밟으며 걸으면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겨지고 그 길을 따라 뒤돌아 보면 언제 이만큼이나 왔나 생각하며 발자국의 행렬에 흐믓해 하고, 지나온 행적을 또렷하게 볼 수 있게 하는 발자취는 참으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지난 토요일은 모든 선생님들에게 무척 분주한 하루였다. 그 이유는 우리 학교 (임마누엘한국학교)가 1999년 9월에 개교하여 벌써 10주년을 맞아 발자국 잔치를 준비하기 때문이었다. 처음 발자국 잔치를 계획할 때는 짧은 가을 학기 중에 수업도 빠듯해서 걱정도 많았지만 여러가지 한국문화를 접하며 아이들이 흥미로워 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역시 걱정은 다른 사람들 몫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반 선생님들의 우려를 뒤로하고 말썽꾸러기들에게 한복을 입혀 놓으니 그리도 따라하지 않던 아이들이 의젓하게 잘 하는 것을 보고 선생님들 모두 귀여워 바라보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나 또한 아이들이 이런 단체 행동을 통하여 한국문화와 사회생활을 접하게 되니 힘들었지만 참 보람있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물놀이도 배워 신명나게 하고 흥부와 놀부를 연극으로 올리고 성경구절을 자신이 직접 쓰고 외우면서 아이들은 한국어를 책에서 배우는 것 보다 실제 경험을 통해 더 잘 체험하고 있었다. 또 교지 발간을 위해 그 동안 수업시간에 다양하게 배우며 준비해 두었던 것 들을 좀 더 가다듬으며 더 잘 하기위해 하는 나의 노력들이 전부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실력으로 쌓여 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낯설어 하고 수줍어 하던 아이들이 함께 손을 잡고 노래하고 율동을 하면서 더욱 친해지고 가까워져서 수업시간 분위기도 좋아졌다.
선생님들도 바쁜 일상생활과 한국학교 준비 가운데에서 글을 쓰고 지난 10년을 되돌아 보며 자료도 수집하면서 이렇게 지나온 시간들을 회상하며 정리하는 시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이제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은 그 동안 꾸준히 해 왔던 것들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일주일의 하루 토요일 오전 시간만으로 아이들에게 한국문화와 역사를 이야기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라서 항상 안타깝고 부족하게 느껴왔는데 그 시간들이 이루어낸 것 들은 결코 작지 않은 결실임을 알게 될 것이다. 비록 아직도 발음이 완전하지 않고 발표하는 것이 서툴러서 실수를 할 지라도 그 준비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이 느끼고 배워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요즈음은 한국어 SAT II도 없어진다고 하고 아이들이 커 갈수록 한국어를 하는 아이들이 줄어드는것 같아 염려 될 때가 있다.하지만 우리들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인으로의 정체성을 가지고 뿌리를 잃지 않고 대대로 언어와 문화를 전하며 뻗어나아가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부모님들의 마음가짐이 더욱 요구되어 지는 시기 인 것 같다. 확고한 신념과 사랑으로 우리 아이들이 20주년 발자국 잔치에는 지금보다 더 많이 쌓여 있는 발자국을 되돌아보며 미국이란 나라 속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는 Korean American으로 살아 갔으면 좋겠다. 이번 행사에는 선생님이 되려고 하는 우리 학교 졸업생의 후배를 위한 이야기 순서가 있다. 이제 한국학교를 졸업한 우리 아이들이 미국 사회에 배출되어 우리의 문화와 한글의 우수성을 미국민을 포함한 세계의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알리어 뒤따라오는 아이들에게 본이되어 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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