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을 지나는 데 어디선가 계피향이 솔솔 풍겨왔다.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사이사이로 내게 다가오는 향은 어릴 적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달콤 쌉싸름한 맛과 톡쏘는 향의 수정과를 생각나게 했다. 어렸을 때는 향이 강해서인지 즐겨 먹지는 않았지만, 배탈이 났을 때마다 할머니가 나를 달래서 마시게 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수정과의 주재료인 계피(Cinnamon)는 계수나무의 속껍질로 우리 주위에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차를 끓일 때도 쓰이고, 설탕의 단맛을 상승시키는 작용이 있어 과자나 빵, 잼을 만들 때에도 사용된다. 고기의 냄새를 없애주는 향료로도 쓰이며, 카레파우더를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이기도 하다.
독특한 향을 가진 계피가 과거에는 값지고 귀한 물건이었다고 한다. 출애굽기를 보면 모세가 성유(聖油)를 만들 때 계피를 섞었다는 기록이 있고, 로마시대에는 계피가 감미로운 사랑의 향기를 나타낸다 하여 귀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살균작용을 가진 계피는 전염병이 창궐하였던 중세 유럽에서 의사들이 사용하기도 하였고,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이라 제작시 방부처리를 위해 쓰였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계피는 속을 따뜻하게 하며 혈맥을 잘 통하게 하고 간과 폐의 기를 고르게 한다”고 하였다. 계피는 양기를 강화시켜 주므로, 손발이 차고 허리가 시리면서 아픈 증상, 정력감퇴, 빈뇨 등에 효능이 있다. 계피는 성질이 몹시 덥고 기혈을 원활하게 하므로, 월경불순, 추울수록 심해지는 관절염, 감기 초기에도 좋다.
서양의 민간요법에서는 계피가 내장질환을 낫게하고 위장을 안정시킨다고 하여 구토, 설사, 복통 등에 사용하여 왔다. 계피에 포함된 카바크롤(carvacrol)은 대장균 및 식중독균의 생육을 저해한다고 하니 배탈이 났을 때 계피가 도움이 되는 것같다.
다행히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누구나 계피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언제 어디서든지 계피가 들어간 음식을 맛볼 수 있으니 감사하다. 주위를 맴도는 계피향을 따라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고, 갓 구운 따스하고 폭신폭신한 시나몬롤을 즐기고 싶은 오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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