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꿈은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 한 줄 남는 보컬리스트가 되는 겁니다.
첫 솔로 음반 ‘테이크 잇(Take it)!’으로 활동 중인 빅마마의 이영현(28)은 보컬리스트로서의 욕심을 잔뜩 드러냈다. 가수를 할 만한 외모가 아니라는 생각에 학창시절 그 꿈조차 꾸지 않던 그지만 외모보다 노래 실력을 앞세운 그룹인 빅마마로 성공하며 ‘운이 좋다’고 생각했고, 이제 솔로로 나서며 다음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만난 이영현은 솔로 음반에서 빅마마 음악과의 차별화를 두기보다, 보컬 역량을 뽐낼 수 있는 ‘가장 잘하는 음악’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음반은 풍성한 그의 가창력을 바탕으로 한 애절한 발라드가 주를 이뤘다.
처음에는 팝스타 켈리 클락슨처럼 모던록 풍의 비트 있는 백인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빅마마 멤버 중 유독 발라드를 좋아했고, 제가 가장 잘 부르는 게 발라드였어요. 수록곡 모두 감성적으로 섬세하게 노래했죠.
타이틀곡 ‘미안해, 사랑해서..’는 빅마마 1집에서 솔로곡으로 선보인 이영현의 자작곡 ‘체념’의 연장선에 있다. 이번 음반에도 새로이 편곡해 수록한 ‘체념’은 2003년 발표된 이래 수년간 노래방 애창곡 순위 상위권을 지키며 여성 팬들에게 사랑받았다.
이 밖에도 이영현의 자작곡 ‘눈먼 사랑’, 바이브의 윤민수가 만든 ‘사랑은 늘 눈물로만 끝난다’ 등 이별 정서를 담은 곡들이 수록됐다.
솔로 음반에서 이영현만의 색깔을 잘 드러낼 수 있었던 건 빅마마를 발굴한 프로듀서 박경진과의 재회 덕택이다.
박경진 프로듀서와 2005년 발표한 빅마마 2집까지 함께 했죠. 2006년부터 만나지 못했는데, 3년 만에 다시 만났어요. 제가 20살 때 처음 뵈서 이번 작업 때 저를 여전히 ‘아기’로 보지 않을까 걱정도 했죠. 제가 아빠라고 부른 분이거든요. 때론 다투기도 했지만 보컬 이영현을 가장 잘 아는 분이기에 합의점을 쉽게 찾았어요.
이영현에게 보컬에 대한 자신감을 언제부터 가졌느냐고 묻자 목동에서 노래 잘한다는 소리는 좀 들었다고 웃는다.
1990년대 말 비주얼 가수가 판을 치던 상황이어서 대중 가수가 되는 걸 꿈 꾸지 못했어요. 1999년 고3 때 목동 실용음악학원에 임정희, 휘성과 함께 다니며 그 학원에서 보컬로는 손꼽혔죠. 그래서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해 재즈 보컬을 전공했어요. 어느 날 휘성이가 거미의 ‘그대 돌아오면’ 가이드 녹음을 부탁했고 이때 박경진 프로듀서를 처음 만난 겁니다.
데뷔 과정을 설명하며 그는 운이 좋다는 말을 계속 했다. 그러면서도 외모가 좋은 다른 가수에게 꿇리지 않으려고 노래 연습을 많이 했기에 자신은 후천적인 가수라고 했다. 또 주위의 칭찬이 자신이 포기하지 않게 한 힘이라고 한다.
그는 빅마마의 등장이 많은 후배 가수들에게 외모보다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시장을 열어줬다는 말에 동의했다.
요즘은 아무리 외모가 좋아도 결국 가창력으로 인정받는 세상이 됐어요. 이 부분에서는 빅마마의 공헌도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남은 숙제는 가창력, 외모, 퍼포먼스가 모두 되는 가수들이 나오는거죠.
자신에게 빅마마는 큰 둥지라는 그는 새들이 둥지를 다시 찾듯이, 빅마마는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곳이라며 솔로 활동을 해도 내 앞에는 빅마마라는 타이틀이 붙으니 홀로 서도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6년간 빅마마에서 일부 파트만 노래했기에 그 패턴을 버리기 힘들어 솔로로 녹음하는 게 힘들더라며 일부러 운동화가 아닌 구두를 신고 연습을 하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더라고 털어놓았다.
내년 한국 나이로 30살이 된다는 그는 이제 외모에는 초월했다고 시원스레 웃었다. 사실 솔로 음반을 준비하며 1주일에 4㎏이 빠질 정도로 다이어트를 했는데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첫 녹음 도중 중단했던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대신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등이 팝 역사에서 하나의 기준점이 됐듯이 대한민국 대중음악 역사 한 페이지에 보컬리스트로 한 줄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꿈을 수줍게 털어놓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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