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는 12월 개봉작 중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3D영화 ‘아바타’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영화다.
120억원이라는 적잖은 제작비도 그러려니와 강동훈, 임수정, 김윤석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로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얻은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라는 믿음도 크다.
최근 시사회를 통해 소개된 영화는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매끄럽지만 전작들에 비해 이야기 전개가 빠르지 않고, 구성도 느슨한 편이다.
오는 23일 ‘전우치’의 개봉을 앞두고 최 감독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전작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영화에요. ‘전우치’는 알려줘야 할 정보가 많은 영화입니다. 고전물이니까요. 일상에서 얻어지는 정보로만은 이해할 수 없죠. 낯선 것들을 설명하느라 느슨하게 간 측면이 있습니다.
영화는 악동도사 전우치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신선들에 의해 그림족자에 갇힌 후 500년 만에 봉인이 풀려 악의 무리와 대결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무협 판타지인 이 영화는 시간순으로 구성된다.
‘전우치’는 어른들의 밑바닥 생활이나, 첨예한 인생사에 대한 영화가 아니고, 전우치라는 캐릭터가 세상에 나와 돌아다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렵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구성을 복잡하게 하기보다는 시간순으로 설명하는 게 이 영화 형식에 맞는다고 판단했죠.
전우치로 분한 강동원의 비중은 영화에서 절대적이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넉살 좋은 행동을 하다가도 분노할 때는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영화 구상단계부터 강동원이야말로 전우치를 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상이 적중했죠. 잘생긴 얼굴 뒤에 있는 천진난만함과 엉뚱함이 전우치라는 캐릭터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최 감독은 무협 판타지에 걸맞은 소재로서 ‘홍길동전’보다는 ‘전우치전’을 택했다. 대중에게 친숙한 홍길동보다 낯선 전우치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홍길동이 민중이 만들어낸 혁명아라면 전우치는 유희적인 인간입니다. 대의명분에 끌리지 않죠. ‘홍길동전’의 도술은 엄격한데, 전우치의 도술은 자연스럽고, 해석의 여지가 많아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전우치를 좋아한 측면도 있고요.
최 감독은 이 영화에서 액션 정면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컴퓨터그래픽보다는 가능한 와이어 액션을 사용했다. 배우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찍기 힘든 와이어 액션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무협처럼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찍었어요. 그래서 발을 쓰는 기예는 애초부터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한국적 도술을 소개할 필요도 있었어요. 날아가는 화살을 붙잡거나, 벼랑에 매달리는 장면처럼 우리 영화의 액션도 조금은 과장된 부분이 있죠. 그러나 중국 액션의 과장과는 격이 다릅니다. 저희는 수줍은 과장이죠. 한국적 판타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웃음)
영화는 전반적으로 속도감이 떨어지지만, 마지막 전우치와 화담의 결투장면은 경쾌하다.
경쾌한 긴 시퀀스의 액션을 찍고 싶었습니다. 장면은 우스꽝스러운데 속도감이 느껴지는 그런 것들이죠. 특히 마지막 액션장면은 전우치와 화담이 육체적이기보다는 정신적으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우아하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치고받고 싸우는 것보다는 배우들이 서로 바라보는 시선이 더 중요했어요.
’전우치’는 ‘아바타’와 맞대결한다. ‘아바타’는 4~5억 달러라는 엄청난 제작비가 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최 감독은 왜 그분은 12년 만에 나와서 날 괴롭히냐고 웃으면서도 어차피 영화는 경쟁작들과 함께 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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