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62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 준비하고 있는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극본 김영현ㆍ박상연, 연출 박홍균ㆍ김근홍).
‘선덕여왕’은 최고 시청률이 45%에 육박하고 ‘국민 드라마’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많은 화제와 이야기를 낳았다.
우선 ‘선덕여왕’은 여성 정치인을 다룬 사극은 인기를 얻지 못한다는 방송계의 불문율을 깨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성공을 이뤄냈다. 이 때문에 ‘선덕여왕’과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며 맞붙었던 드라마들은 줄줄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미실의 말은 어록으로 만들어져 세간에 화제가 됐고 김남길과 이승효, 주상욱 등 신인들이 스타 연기자로 급부상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또 ‘선덕여왕’의 내용을 토대로 한 동명의 뮤지컬이 만들어지고 배경지인 경북 경주시에서는 OST 콘서트가 열리면서 드라마의 인기가 브라운관 밖에서도 이어졌다.
◇ 여성 사극의 성공 = ‘선덕여왕’은 여성 정치인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사극은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방송계의 편견을 깬 드라마다.
그동안 방송사들은 이러한 편견 때문에 대부분 남성이 주인공인 사극을 제작해왔다. ‘세종대왕’과 ‘연개소문’, ‘주몽’, ‘이산’ 등 남성 정치가가 주인공인 사극이 줄을 이었던 것이 그 방증이다.
여성 정치인의 이야기를 다룬 ‘천추태후’가 있기는 했지만 시청률 면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 이러한 편견을 더욱 공고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선덕여왕’이 그것을 깬 것이다.
여기에 ‘선덕여왕’은 장희빈과 폐비 윤 씨 등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다루며 암투와 배신, 복수로 점철된 여성 사극의 판도를 뒤바꿔놨다.
‘선덕여왕’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임금인 덕만공주가 미실 등 반대파의 강력한 견제 속에서 남성의 전유물이던 왕의 자리에 도전하는 극적인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과제→도전→해결’이라는 미국 드라마식의 이야기 구조는 시청자들이 매 회 기대감을 안고 TV 앞에 모여들게 하는 힘이었다.
◇ ‘선덕여왕’ 앞에 줄줄이 고배 = ‘선덕여왕’이 방송됐던 5월부터 12월까지는 MBC에는 황금기였지만 다른 방송국에는 암흑기였다. 월요일과 화요일 밤 10시부터는 어떠한 드라마를 방송해도 시청률 공룡이었던 ‘선덕여왕’에 대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쟁작이었던 KBS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와 ‘전설의 고향 2009’, ‘공주가 돌아왔다’, SBS 드라마 ‘자명고’와 ‘드림’이 경쟁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인 시청률 한 자리대에 머물다 조용히 사라졌다.
심지어 SBS 퀴즈쇼 ‘신동엽의 300’은 지난 10월12일 시청률 1.7%(TNS미디어코리아)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겼다. 지상파 방송의 황금 시간대인 오후 10시에 시청률이 1%대까지 추락한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급기야 SBS는 월화드라마 ‘천사의 유혹’의 시작 시각을 ‘선덕여왕’을 피해 1시간 빠른 오후 9시 편성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MBC가 본래 50회 예정이었던 ‘선덕여왕’이 62회까지 연장해 방송하기로 결정하자 다른 방송사의 드라마국 관계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 미실이 남긴 어록 = ‘선덕여왕’이 8개월 동안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면서 안방극장을 점령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미실의 강력한 카리스마 덕분이었다.
비록 미실이 타이틀 롤인 선덕여왕에 맞서는 악역이었지만 번득이는 지략과 강한 리더십으로 많은 시청자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미실이 주목을 받은 것은 그가 남긴 명언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은 능력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부주의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람은 그럴 수 없습니다, 백성은 진실을 부담스러워하고 희망을 버거워하며 소통을 귀찮아하고 자유를 주면 망설입니다,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덕만을 사랑하면 그리해야 한다. 연모, 대의, 신라. 어느 것 하나 나눌 수가 없는 것들이다
누리꾼은 이 같은 그의 명언을 모아 ‘미실의 어록’을 만들어 ‘선덕여왕’이 끝나면 곱씹어 보기도 했다.
◇ 비담과 알천, 월야…스타의 산실 = ‘선덕여왕’이 오랫동안 높은 인기를 구가하면서 출연했던 신인 연기자들이 스타급 연기자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선덕여왕’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연기자는 작가들이 ‘비밀 병기’라고 소개했던 비담 역의 김남길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2003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남길은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와 ‘꽃피는 봄이 오면’, 영화 ‘강철중-공공의 적’, ‘모던 보이’, ‘미인도’에 출연했으나 인지도가 높지는 않았다.
그러나 ‘선덕여왕’에서 거칠고 야성적인 ‘짐승남’이지만 가슴 한편에는 지고지순하게 한 여성만을 사랑하는 ‘순정남’을 연기하면서 많은 여성 팬을 거느리게 됐고 각종 CF에서 러브콜을 받는 스타가 됐다.
김남길 외에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알천 역의 이승효와 가야국의 부활을 꿈꾸는 월야 역의 주상욱 등도 ‘선덕여왕’을 통해 자신의 주가를 한껏 높였다.
◇ 드라마의 여운을 뮤지컬로 = 드라마 ‘선덕여왕’은 22일 제62회로 끝이 나지만 드라마의 여운을 간직하고 싶은 시청자들을 위해 준비된 것이 있다. 바로 내년 1월 5∼31일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리는 뮤지컬 ‘선덕여왕’이다.
MBC와 MBC가 투자한 뮤지컬 전문회사 MMCT가 공동 제작하는 이번 뮤지컬은 제작비 25억 원이 투입되고 앙상블을 포함해 28명의 배우가 무대에 올라 ‘선덕여왕’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선덕여왕 역에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한 뮤지컬 배우 이소정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그리스’ 등에 출연한 유나영이 더블 캐스팅돼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지난 5일 경북 경주시 체육관에서는 관객 4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선덕여왕’의 OST 콘서트가 성황리에 열리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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