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이틀 - 장정일 지음
문제 있는 시각과 독특한 소재, 파격적인 묘사 등으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장정일 작가가 <중국에서 온 편지> 이후 10년 만에 내놓는 장편소설이다. 기존의 가치와 도덕, 권위가 흔들리고, 사회적 이데올로기가 분열·대립하는 현실 속에서 찬란해야 할 젊음을 강탈당한 채 기성의 삶에 급속히 편입해 들어가거나, 현실을 초월한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2003년 참여정부 출범 1년 후, 탄핵 갈등으로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심화되는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광주 태생으로, 시민운동가의 아들로 자란 금과 부산에서 태어나 우익 성향의 환경에서 자란 은의 삶을 통해 새로운 질서 위에 세워지는 한국사회의 모습을 그려낸다.
문학을 꿈꾸다가 정치가의 길로 들어서는 은과, 정치가의 꿈을 접고 문학가가 되기로 한 금의 역전된 삶은 사회적 권력의 무게가 좌에서 우로 기울어가는 현시대를 상징한다. 두 친구의 이야기로 대변되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이들의 진한 우정을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희망을 보여줄 것이다.
<구월의 이틀>은 전통적 가치가 붕괴되고, 새로운 가치 기준에 대한 대안이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의 혼란과 좌절을 그린 작가의 초기작들을 엮은 <아담이 눈뜰 때>와 그 맥락이 닿아 있다.
두 주인공은 청춘의 이상을 펼치기도 전에 ‘영리한 삶’을 요구받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고민과 혼란을 대변한다. 주인공들의 우울한 자각은 권선징악의 시대가 이미 저물었고, 기존의 가치와 도덕, 사회적 권위 역시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청소년기의 고뇌를 거쳐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삶의 보다 깊은 의미를 들여다본다는 기존의 성장소설 역시 이 새로운 질서 위에 다시 쓰여야 하는 것이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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