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생활의 경험을 점수로 환산할 때 가장 높은 점수가 미대륙횡단이란다. 비단 미국에 살지 않아도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륙횡단을 기회가 닿는 한 꼭 시도해 보고 싶어하는 추천여행으로 꼽는다. 반면 실제 미국에서 뿌리를 밖고 바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맘을 먹고 계획하지 않으면 이루기가 어렵기 때문에 점수로 그 경험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
나에게도 미국 생활중 가장 잊혀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동쪽 끝(노스케롤라이나)에서 이곳 북캘리포니아 베이지역으로 자동차로 온 가족이 여행아닌 이사를 목적으로 대륙을 횡단한 경험이다. 본래의 목적은 이사였지만 여유있게 여행으로 계획을 잡았다.
이삿짐을 싣기 위해 빌린 트럭에 3분의 2는 짐을, 3분의 1은 휴식공간으로 칸을 막아 4인 가족이 그야 말로 소꿉놀이를 하듯 15일간의 긴 여행을 한 것이다. (참고로 이사트럭은 Penske 12ft로 운전석과 짐칸으로 통하는 문이 있어 RV 카에 버금가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라면과 김치, 밥통을 비롯한 식량과 함께, 애들에게는 이때야 말로 질리도록 미국의 온갖 종류별 패스트 푸드를 사주며 광활한 미대륙을 끝없이 운전하며 이곳에 도착했다. 여행을 하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은 주(State)마다 다르게 펼쳐지는 자연환경이다.
당초 그 긴긴 거리를 어떻게 운전하며 갈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졸 여유도 없이 교대로 운전하며 한번 눈으로 스쳐 지나가는 경치들이 아까워 연신 비디오를 돌린 기억이 난다. 특별한 관관명소를 들르지 않아도 하이웨이상에 있는 휴게소를 통해 충분히 그 지역의 특성을 알 수 있었다. 미국이 건국될 당시부터 전국을 바둑판으로 하이웨이를 구상했다니, 이 도로망 자체가 50개의 저마다의 독립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 주는 미국의 핏줄과도 다름이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른들에게야 이런 여행이 더할 나위없는 귀한 경험이었지만 애들은(당시 7, 11살) 차를 타자 마자 시작하여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얼만큼 더 가야해(Are we there yet?)” 하며 연신 보챈다. “여보 다음번엔 애들없이 대륙 횡단 다시 해봅시다.” 기약없는 약속을 하며 여행의 아쉬움을 달랜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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