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십년! 이공일공(2010), 마치 복권의 당첨번호처럼 느껴지는 행복의 숫자 같은 새로운 한 해가 우리의 사립문을 열어 저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명(黎明)이 채 밝기도 전에 이 열린 사립문을 박차고 나와 새 해가 떠오르는 해돋이를 맞이 하기 위해, 수평선이 바라 보이는 동햇가로 그리고 멀리 지평선이 내려다 보이는 산언덕으로 몰려 가고 있는 모습이 첫 해, 첫 아침에 본국의 텔레비 방송 화면을 통하여 펼쳐 진다.
그들에게 무슨 소원이 그렇게도 많기에, 지난 해에 못다 이룬 소원이 그렇게도 남아 있기에, 저렇게도 몰려 가고 있는 것일까? 내가 만일 그들 대열 속에 끼어 들고 있다면, 나는 무슨 소원을 이루기를 바랄 것인가?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 없이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내가 쓴 어린이 방송극 ‘소원의 나라 별이’ 가 생각난다. 이는 1963년 인가 64년도에 KBS 년말 특집 어린이 방송극으로 방송 된 작품이다.
’여자 아이 영이, 사내 동생 하나 갖기를 소원 하는 영이, 그는 섣달 그뭄 날 복조리 아저씨에게서 산 복조리를 처마 끝에 걸어 놓고 잠이 든다. 영이의 꿈 속에 하늘에서 별똥 하나가 떨어져 그의 품에 안긴다. 그리고는 그 별똥이 귀여운 사내 아이로 바뀐다. 귀여운 동생 하나를 얻은 영이는 그 별 아기의 이름을 ‘별이’라고 지어 준다. 그리고는 영이와 별이는 손에 손길을 마주잡고, 개천을 건느고, 산을 넘고, 다정한 기러기처럼 하늘을 날라 다니며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영이가 잠에서 깨어 났을 때는 별이는 그의 곁에 없었다. 하지만, 영이는 실망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꿈 속에서 나타난 별이와 같은 예쁘고, 귀여운 사내 동생을 꼭 갖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는 내용의, 어른의 눈에는 유치하다고 느껴지는 어린이 세계의 동화 같은 이야기의 방송극이다.
그 날 방송 녹화 장면을 조종실 유리창을 통하여 바라 보던 30대 중반의 나이었던 내가 이제 이 나이에 접어 들었다. 그 때부터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과연 무슨 소원을 이루고 살아 왔을까? 아버지가 가라시던 길을 가지않고 내가 원했던 길을 고집 스레 달려 갈려고 했을 때, 아버지께서 이놈아, 네가 갈 길은 그 길이 아닌데, 왜 그 길로 가노 라고 하시면서 실망스런 얼굴로 혀를 차시던 아버지 ! 그분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 까지 내가 달려 온 그 길이 과연 행복한 길이었던가? 하고 새삼 되돌아 본다. 한편 그 날 소원의나라 별이에 출연했던 주인공 영이와 별이를 맡았던 그들 둘이와 다른 역할의 아이들도 이제는 50줄에 서서 인생의 중반기를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어디서 어떤 소원을 이루고 살고 있을 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 해가 가면 또 한 해가 올것이다 우리는 흐르는 이 세월이란 강물과 함께 떠내려 가는 잎사귀 같이 흘러 가면서도, 겨울이 봄을 그리워 하고, 황혼(黃昏)이 아침을 기다리 듯이, 또한 늙은이가 젊음을 동경(憧憬)하듯이, 내일에다 희망을 걸고 살아 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영이에게서 소원의 나라 별이는 떠나 갔지만, 영이가 또 다른 현실의 사내 동생 별이가 나타 날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 듯이, 나도 이 새해에 내가 바라고 바라는게 있다면, 그건,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바램인 자식들의 정신과 육체의 건전한 생활을 위한 간절한 기도와 내 인생 황혼의 색깔이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어 지도록 보다 좋은 글을 쓰는 작업과 5년 동안이나 발걸음을 멈추고 서 있는 아동극과 성인연극의 무대화를 위해, 새로운 해돋이를 바라 보기 위해, 2010년이란 새해가 열어 놓은 사립문을 나와 달려 갈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