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잘 그려진 호랑이 그림은 누가 그린 그림일까. 한 한국의 미술평론가는 서슴없이 한국인이 그린 호랑이 그림이라고 말하고 있다.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가 바로 그 그림이다. 이 그림에는 ‘사능’(士能)이라는 김홍도의 낙관이 찍혀있다. 그러니까 김홍도가 그린 이 호랑이 그림이야말로 걸작 중 걸작인 호랑이 그림이라는 것이다.
우선 그림의 구성이 기가 막힐 정도로 잘 돼 있다는 것이다. 육중한 호랑이의 몸통과 여백이 잘 어울린 가운데 화폭이 호랑이로 가득 찬 느낌을 주어서라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이 그림을 확대하면 털 한 올 한 올을 모두 그려낸 것을 볼 수 있다. 극히 가는 실 바늘 같은 선을 수만 번 반복해 그리면서도 묵직한 무게는 무게대로, 문양은 문양대로, 그리고 생명체 특유의 유연한 느낌까지 다 살려냈다.
그 묘사력은 현대 화가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일종의 고도의 정신 수양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태계까지 묘사돼있다. 호랑이는 한국 토종인 적송(赤松)만 골라 그 줄기에다가 발톱으로 긁어대는 습관이 있다. 소나무 줄기에 발톱 자국을 그려 그 은밀한 생태까지 남김없이 표현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호랑이 그림이 가능할 수 있을까. 호랑이는 단군 설화부터 등장한다. 호랑이는 한국인의 신화에서 역사와 문화에 이르기까지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왔다.
이처럼 호랑이와 수만 년을 같이 살아와 한국인의 호랑이에 대한 상념은 아주 깊다. 그리고 한 땅에서 어울려 사는 생명체는 서로가 닮게 마련이어서인지 한국인의 혼은 어딘가 호랑이의 혼과 닮은 데가 있다.
그러니 한국인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랑이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호랑이는 한국인에게 있어 단순한 맹수가 아니다. 영물이자 대인(大人)의 풍도를 지닌 존재로 인식된다. 연암 박지원이 ‘호질’(虎叱)이란 작품에서 호랑이의 음성을 통해 인간의 위선된 모습을 꾸짖은 것도 이 같은 연유에서다.
호랑이는 용맹하고 날쌔며 거침없는 동물이다. 호랑이의 앞발은 거의 1톤에 가까운 힘을 지니고 있어 사자 같은 맹수도 그 일격을 당해내지 못한다.
호랑이는 그 육중한 앞발을 휘두르기 위해 오랜 시간 힘을 비축한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한다. 위엄기 있는 눈으로 목표물을 응시하면서.
호랑이처럼 준비하고, 호랑이처럼 웅비하는 경인년(庚寅年) 새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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