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내내 따스한 햇살의 축복이 내리쬐는 캘리포니아에서는 겨울철이 되야 비가 내린다. 비가 한창 오고 난 후, 우중충한 잿빛 하늘에 색동띠를 두른 듯한 무지개를 보고 있으니, 무지개의 끝을 잡아보겠다고 마구 달려가보곤 했었던 어린 시절 내 모습이 떠올랐다.
천상의 선녀(仙女)들이 무지개를 타고서 깊은 계곡으로 목욕하러 온다는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고, 계곡에 물장구를 치러갈 때면 은근히 선녀가 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던 적이 있었다. 무지개 끝에는 금은 보화가 가득 묻혀 있다고 했던 동화를 읽고서는, 장난감 삽을 가지고 비가 개이면 동네 친구들과 땅을 파보았던 기억도 난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 에서 들었던 아름다운 멜로디의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의 노랫말 처럼, 저멀리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는 꿈꾸는 일이 이루어지는 신비의 나라가 있다고 믿었던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물론 무지개의 끝을 쫓아가도 내가 꿈꾸는 환상의 나라가 없으며, 선녀가 무지개를 타고 내려오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식이 늘어날 수록,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많아질수록, 어릴적 품었던 순진무구한 마음들이 조금씩 색을 잃어가기도 했으며, 믿었던 가치들이 현실 속에 무참히 깨져버리기도 하였다.
‘무지개(The Rainbow)’라는 시에서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는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가장 순수하고 깨끗했던 동심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는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 적 무지개를 보면서 설레였던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며, 장차 늙어서도 그 두근거림을 갖고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가 시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표현했던 것이, 이제야 그 의미가 분명히 가슴에 와 닿는다.
이루기 힘든 꿈은 꾸지 않고, 적당히 현실에 안주해버리는 어른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을 해본다. 무지개를 손에 꼭 잡아보겠다는 순수하고 용감했던 어릴적 모습을 되돌아 보면서, 더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을 향해 다시 달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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