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박흥진 편집위원 ‘골든 글로브 시상식’ 참관기
줄기차게 내리는 비도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축제 분위기를 적시지는 못했다. 17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 힐튼 호텔서 열린 제6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하늘의 별들이 잠시 모두 땅으로 내려온 듯 화려하고 눈 부셨다. 이런 축제 분위기 속에 이 날 ‘줄리와 줄리아’로 드라마 부문 주연여우상을 탄 메릴 스트립과 시상자인 니콜 키드만 등 많은 스타들이 아이티의 참사를 잊지 말고 도와 줄 것을 촉구, 식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 날 많은 스타들이 아이티의 국기 색깔인 적·황·청색으로 된 리번을 꽂고 식에 참석했다. 골든 글로브를 주는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으로서 기자도 가슴에 리번을 달고 올해 네 번째로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과거의 행사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즐거웠다. 영국 태생의 코미디언 릭키 제르베즈가 맥주를 마시며 진행한 사회(골든 글로브 사상 15년만의 처음 사회자의 진행)도 위트 있고 쇼의 진행도 물 흐르듯 순조로웠는데 다채로우면서도 우아하게 거행됐다.
빗 속 레드카펫 스타들
환호와 답례 ‘축제분위기’
먹고 마시며 진행되는
시상식은 오스카와 다른점
메릴 스트립·니콜 키드먼등
이구동성 “아이티 참사 돕자”
외국어영화상 ‘하얀 리번’
기자가 점찍긴 했지만 이변
레드 카펫을 밟고 배우들과 함께 식장으로 들어가는데 빗속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야외석의 팬들이 아우성을 쳤다. 이날 ‘하얀 리번’으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탄 오스트리아 감독 미햐엘 헤네케와 유명한 영화음악 작곡가 마빈 햄리시 그리고 영국배우 브렌단 글리슨 및 ‘마지막 정거장’으로 조연남우상 후보에 오른 크리스토퍼 플러머(‘사운드 오브 뮤직’) 등이 식장으로 들어가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폴 매카트니, 해리슨 포드, 제프 브리지스, 모간 프리만 및 제임스 캐메론 등 거물급 들은 식이 시작되는 하오 5시가 임박해서야 나타났다.
골든 글로브 쇼는 한 마디로 말해 도떼기시장이다. 식이 진행되는 중에도 먹고 마시고 떠들어대는데 그 점이 바로 딱딱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오스카쇼와 다른 점이다.
처음 수상자는 ‘프레셔스’에서 나쁜 어머니로 나와 여우조연상을 받은 만능 재주꾼 모니크. 모니크는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를 도와준 남편에게 감사를 돌려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기자는 이 날도 예년처럼 자리에 앉아 있질 않고 식장 뒷전을 배회하거나 오픈 바와 패티오를 들락거리면서 스타들을 체크했다. 오픈 바와 화장실이 가장 스타들이 잘 찾는 곳인데 광고시간 중에 제레미 아이언스와 미키 로크, 감독 테일러 핵포드(‘사관과 신사’) 그리고 TV 배우들인 제레미 피븐과 존 햄 등이 바를 찾아와 술 주문을 했다. 이 날 ‘크레이지 하트’의 주제가 ‘위어리 카인드’로 주제가상을 받은 두 작곡가 중의 하나인 라이언 빙햄은 식중인데도 바에 왔다가 가수 셰어가 주는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
바와 패티오에 몰려든 스타들과 손님들이 어찌나 떠드는지 마치 그 곳에서 또 다른 쇼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들 지경이었다.
패티오에서는 프리미어 TV 쇼타임의 인기 형사물 시리즈 ‘덱스터’에서 실험실 테크니션 수사관으로 나오는 한국계 C.S. 리를 마났다. 기자는 몇 달 전 그의 결혼식에 참석했기 때문에 우리는 구면으로서 반갑게 악수와 함께 잠시 환담을 나눴다.
HFPA는 영화와 함께 TV 작품에도 시상하는데 이 날 ‘덱스터’는 남우 주·조연(존 리트가우)상을 받았다. 특히 주연상을 받은 마이클 C. 홀은 최근 암 치료를 받느라 머리를 깎아 검은 털모자를 쓰고 나와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이 날 시상자 중의 하나로 영화배우 출신의 아놀드 슈워제네거 가주지사도 참석했는데 그는 무대에 올라 자기가 나온 ‘터미네이터’의 감독인 제임스 캐메론에 대해 농담을 했다.
이 날 기자 자신도 깜짝 놀란 것은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하얀 리번’. 이 영화는 1차 대전 직전 독일의 한 작은 농촌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연쇄사건을 다룬 것으로 난해할 정도로 심각한 영화다. HFPA는 보통 대중성 있는 영화를 시상하는데다가 많은 전문가들조차 이 상을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감독하고 페넬로피 크루스가 주연한 ‘깨어진 포옹’이 탈 것이라고 예견했기 때문에 비록 나는 ‘하얀 리번’에 표를 찍었지만 이변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이 상의 시상자인 소피아 로렌은 오랜 기립박수를 받았다.
또 하나 더 놀란 것은 뮤지컬/코미디 부문 최우수작으로 오래 전에 상영이 끝나고 현재 DVD로 출시된 앙상블 코미디 ‘행오버’가 선정된 것. 이 부문 수상작으로 전문가들이 점친 것은 메릴 스트립이 나온 삼각관계 코미디 ‘복잡해’였다. 기자는 이 날 ‘야 이거 우리 회원들이 상당히 수준이 높아졌구나’하고 혼자 생각했다.
베테런으로 과거 몇 차례 골든 글로브 주연상 후보에 오르고도 막상 상은 한 번도 못 탄 제프 브리지스가 수상자로 발표되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는 LAFCA의 주연상 수상자이기도 한데 수상 소감에서 트로피를 하늘로 쳐들고 자기를 배우가 되도록 응원한 작고한 아버지인 원로배우 로이드 브리지스에게 감사를 돌렸다. 이로써 브리지스도 가장 강력한 오스카 주연상 수상자로 나섰다.
최우수 작품상을 놓고는 모두 6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최다부문 후보작인 ‘공중에 높이 떠’ 제임스 캐메론의 공상과학 모험영화로 현재 전 세계서 공전의 히트를 하고 있는 ‘아바타’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는데 내가 표를 던진 ‘아바타’가 받게 돼 흡족했다. 캐메론은 감독상도 받았다. 이로써 이 영화와 캐메론도 각기의 부문에서 오스카상을 탈 확률이 높아졌다. 많은 부문에서 기자가 뽑은 영화와 배우들이 상을 탄 것도 이 날의 즐거움에 큰 보탬을 했다.
이 날 완패한 것은 하비 와인스틴의 영화사 TWC가 사운을 걸다시피 하고 만든 뮤지컬 ‘나인’이 상을 하나도 못 탄 것. 또 그의 다른 영화인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도 교활한 나치 장교로 나온 크리스토프 월츠가 조연상을 타는 것에 그쳤다.
골든 글로브 쇼는 시상식 자체도 파티 기분이지만 상보다 더 인기가 있는 것이 시상식 후에 각 영화사와 TV사들이 마련하는 파티다. 기자는 시상식이 끝난 후 WB/인스타일이 주최하는 파티에 가는 길에 남편과 함께 식장을 나서는 모니크를 만나 “수상을 축하한다. 당신은 오스카상도 탈 것”이라고 말했더니 “고맙다”며 큰 미소를 지었다.
파티장에서 플러머를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그의 옆에 있는 부인에게 “내가 미스터 플러머를 인터뷰 할 때 들으니 더 이상 강한 술을 안 마신다고 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더니 부인은 “그렇다”면서 “그러나 난 진을 즐긴다”며 깔깔대고 웃었다.
이어 ‘행오버’에서 갱 두목으로 나와 발가벗고 연기를 한 의사 출신의 한국계 켄 정과 역시 의사인 그의 베트남계 부인을 만났다. 켄과도 이미 구면이어서 우리는 잠시 환담했는데 그는 헤어질 때 감아쥔 손을 든 채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말을 했다. 굉장히 코믹하고 아이처럼 순진한 사람이다.
파티장을 거닐다가 이번에는 역시 ‘행오버’에 나온 마크 타이슨을 만났다. 약간 겁이 나기도 했지만 용기를 내 흔들 흔들 음악에 맞춰 혼자 춤을 추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악수 한 번해도 되겠느냐”며 손을 내밀었더니 선선히 악수에 응하고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이곳을 나와 다음 장소인 HBO 파티에 가는 길에 제프 브리지스를 만났다. 악수와 함께 축하인사를 했더니 상당히 기분이 좋은 듯 “으흠 으흠”하며 콧소리를 냈다.
옥외 풀에서 열리는 파티는 빗소리 음악소리 그리고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로 아수라장이다시피 했다. 찰리를 다시 만나 영화출연 가능성에 관해 물으니 “노력은 하고 있지만 나는 릭 윤과 대니얼 대 김처럼 근육형이 아닌 성격 배우인데 아시안 성격 배우는 별로 역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마침 멀리서 릭 윤이 파티장에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베벌리 힐튼 호텔-박흥진 편집위원>
빗 속에서도 팬들은 스타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기자와 담소하는 주연상 수상자 제프 브리지스.
작품 ‘하얀 리번’ 감독 미햐엘 헤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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