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살이 찌는 것은 건강에 나쁘다는 생각으로 ‘소식’을 해야지 하면서도 역시 맛있는 것을 찾아 즐겁게 먹는 것을 좋아 한다. 아침에 진하게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그렇고 외지에 나가서 먹는 맛갈스런 밥상이그렇다. 내가 사는 프레스노라는 곳이 LA나 SF 또는 샌 호세같이 한인이 많은 도시가 아니다 보니 한식당이 많지 않고 한국식의 빵집같은 곳도 없다. 그나마 다행한 것이 이런 일 저런 일로 서너시간 을 달려 그런 도시로 갈 일이 적지않게 있다는 것이다. 볼일도 볼 일이지만 매 번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을까를 생각하는 것 또한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디의 무 엇이 맛있고, 무엇이 얼마에 세일이라는 정보도 서로 주고 받으며 산다.
며칠 전, 남편과 같이LA에 갔다가 “ㅊ”식당엘 갔다. 음식도 맛있고 친절하며 파킹 마저 쉬워 우리가 즐겨 가는 집이다. ‘불황’ 이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게 늘 손님이 많 은 집이다. 시장기가 도는 우리 앞에 열 가지가 넘는 밑반찬이 놓여지니 저절로 입이 떡. 우선 한입 두입 먹기 시작한 것이 새롭기도 하고 맛도 좋으니 금방 두 접시를 비워 버렸다. 미안하긴 하지만 맛있기에 두가지 반찬을 한번 더 채워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어머! 다시 온 쟁반을 보니 시킨것은 물론 다른 몇가지를 더 얹어 가득 가져 와서 놓아 주곤 활짝 웃어 주고 간다. 결국 반찬만 더 받은 것이 아니라 흔쾌히 베푸는 주인의 마음씨와 기쁘게 일하는 사람의 즐거움까지를 덤으로 나눠 받은 날이었다.
비록 작은 공간의 식당에서 잠시 만난 사이지만 우린 그 곳 그 순간에 따뜻한 사람의 속내를 본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챙겨주는 자연스런 마음 씀씀이. 문득 옛 어느 재래시장 모퉁이에서 노점상 할머니로 부터 벌레먹어 구멍이 숭숭 나 있는시퍼런 시금치 한 소쿠리를 받아 안았을 때와 같은 훈훈함이 느껴졌다. 계산을 하며, 손자가 좋아하는 무우국을 먹지 않고 남겨 놓았으니 가져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린 빈 용기 하나를 부탁했을 뿐이었는데 그녀는 이미 주방에서 무우국을 거의 한가득 담아 가지고 나온 것이다. 지불한 만큼 대우하고 대우 받는 것이 당연해진 오늘이라는 아스팔트 위를 걷다가 갑자기 감촉좋은 흙길을 밟는 상쾌함이 온 몸으로 퍼진다. 이건 확실한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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