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의 사연에는 짙은 아픔이 배어 있게 마련이다. 한인의 멕시코 이민 ‘애니깽’ 스토리도 그렇다. 1905년 4월, 대한제국이 기울어가던 시절 영국 기선 ‘일포드’호가 제물포항을 떠난다. 1,033명의 한인들을 싣고 멕시코를 향한 긴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남자 702명, 여자 135명, 어린이 196명으로 구성된 이 한인 승객들은 구한 말 일제의 폭압을 피하기 위해 도피하는 정부 관리에서 일용직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신 성분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들은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가난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만리타향이지만 그 곳에 가면 일자리가 있고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낯선 환경과 가혹한 노예 노동뿐이었다.
이들은 한 영국인과 일본인의 사기극에 걸려들어 사실상 노예나 다름없이 팔려갔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한인의 멕시코 이민 역사다.
멕시코 동부 메리다에 도착한 한인들은 이곳에 있는 여러 농장으로 분산돼 팔려간다. 열대폭염이 쏟아지는 들에서 이들은 채찍으로 맞아가며 하루 12시간씩 로프 재료인 ‘애니깽’이란 선인장 잎을 잘라 묶고 옮기는 중노동을 했다.
몇 년 후 한인들은 채무노예 신분에서는 벗어나지만 조국에 돌아갈 수가 없었다. 조국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의 인종차별 등을 감내하면서 한인들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원주민과 결혼을 통해 동화되고 또 인근 나라로 이주를 하게 된 것.
과테말라의 한인사도 ‘애니깽’으로부터 시작된다. 과테말라에서 정부군에 대항하던 반군세력이 한인들에게 한 가지 제의를 해왔다. 함께 싸워 승리하면 새로운 나라를 세울 땅을 주겠다는 것이다. 한인들은 군대를 조직해 과테말라로 갔다. 그러나 거의 다 전사하고 흩어졌다.
새로운 이민 러시와 함께 오늘 날 과테말라의 한인인구는 1만명이 넘는다. 이 과테말라의 한인들이 요즘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한인 사냥꾼’ 갱 단원들에 희생되는 한인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13개월 새에 벌써 8명이나 죽음을 당했다.
그 범죄수법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다. 타이어를 미리 찢고 기다렸다가 추적해 납치한다. 그리고는 칼로 찌르고 불태워 죽이는 등 끔찍하기 짝이 없다. 왜 한국인이 범죄대상이 되고 있나. 돈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과테말라의 한인 수난사는 왠지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미주의 한인들도 ‘돈이 많다, 현금을 많이 지니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곧잘 범죄 타겟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해외교민 보호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