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스포츠와 국력은 관계가 있을까 없을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관계가 있다. 인구가 많고 잘 사는 나라일수록 스포츠에 재능 있는 사람도 많고 이들이 자기 재능을 발휘할 기회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나라에서 국제 스포츠 대회 메달 수를 국가의 위신과 직결시켜 이를 후원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냉전시대 최강국인 미국과 그 라이벌인 소련이 올림픽 경기에서 항상 메달 순위 1, 2위를 다툰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두 나라와는 비교가 안 되게 작은 동독이 툭하면 선두를 다툰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인구 1,600만의 이 나라는 1976년부터 1988년 사이 열린 하계 올림픽에서 3번이나 소련에 이어 2등을 했고 동계 올림픽에서는 4차례 2등을 했으며 1984년에는 1등을 차지한 적도 있다.
이처럼 동독이 스포츠 강국이 된 것은 어려서부터 재능 있는 선수들을 국가가 발굴해 그야말로 스파르타 식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메달을 따기 위해 약물 사용도 불사해 일부 적발되기도 했지만 대다수 메달은 그대로 인정됐다. 1990년 동서독이 합쳐진 후 인구는 8,000만이 넘었지만 메달 수는 오히려 동독 때보다 줄어들었다.
옛날 동독 식 훈련에다 경제력까지 갖춘 나라가 있다. 중국이다. 이 나라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선수 육성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집에도 보내지 않고 합숙훈련을 시킨다. 2조달러의 외환 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 정부가 스포츠 스타 육성을 위해 돈을 쏟아 붓는 것과 비례해 중국의 메달 수는 늘어나고 있다.
15일 밴쿠버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에서 중국이 페어 스케이팅 분야에서 종주국 러시아를 물리치고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냈다. 1964년부터 이 부문 금메달을 놓쳐 본 적이 없는 러시아는 독일에 밀려 동메달조차 쥐어보지 못했다. 스케이트의 천국인 동토를 자랑하는 러시아로서는 일대 망신이고 떠오르는 경제 강국 중국으로서는 흐뭇한 일이다.
이 날 또 한국의 모태범은 예상을 뒤엎고 스피드 스케이팅이 국기인 네덜란드를 제압하며 한국 빙속 사상 처음 금메달을 따냈다. 그 전날 한국 선수끼리 선두를 다투다 날려버린 은메달과 동메달을 합치면 한국은 이번 대회 스케이트 부문에서 메달 홍수를 낼 뻔 했다.
육상 100미터 경주에 해당하는 500미터 스피드 스케이팅은 신체 구조 때문에 동양인이 잘 할 수 없는 종목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이번 모태범의 승리는 그런 속설을 여지없이 날려보냈다. 이번 동계 올림픽의 ‘이변’은 ‘영원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변한다’는 인생의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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