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4,5층 정도의 건물마저도 다운타운에 몇 있고 시의 제일 북쪽에 몇 동 새로 들어 선 것이 전부인 이곳 프레스노는 도시 전체를 넓은 밭과 산이 둘러 싸고 있는 낮고 넓게 퍼져 있는 도시다. 그래서 뻥 뚫힌 하늘도 유달리 넓고 둥글고 가깝다. 몇 년 전 뉴욕의 브로드웨이 길에서 하늘을 찌르는 건물사이로 올려다 본 그 ‘십자가’모양의 하늘과는 아주 다른, 그러니까 일상의 한 부분 같다. 어디 그 뿐인가, 산과 달도 가깝 기는 마찬가지. 동서남북으로 확 트여있는 길들을 달리노라면 네거리의 삼색 신호등도 저 멀리 마주 서있는 산들이 들어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2월인 지금도 하얀 눈을 모자처럼 쓴 체로 맑은 눈길을 마주치려고 사람들을 내려다 보며 서 있다. 꽃순이 터지길 재촉하는 햇살이 살갑게 느껴지는가 하면 깜깜한 밤길을 동무해주며 묵묵히 따라 다
녀 주는 달빛 또한 더없이 정답게 느껴지는 이곳, 프레스노다.
맹모 삼천지교라고, 환경이 사람을 많이 키운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이기도 하겠지만 어려서부터 이 곳에서 자라난 우리들의 1.5세 2세 아이들이 어느듯 제 몫 을 잘 감당하는 당당한 모습으로 선 것을 보며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좋은 직업을 가지고 남부럽지 않게 성공했다는 뜻 만이 아니다. 올 곧은 생각으로 남이나 부모에게 염치없는 일을 하지 않고 삶의 주관자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알고 산다는 것이다. 비록 자각을 못하고 살았던 어린 시절이었지만 이 곳을 떠나보면 자연과 하나 되 어 살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하나님의 선물이었는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하나의 들꽃을 보았고, 스쳐 지나며 웃어주는 낯 모르는 사람들의 미소를 받았고, 먼저 서 라고 한 발 뒷걸음으로 물러 나 주는 사람들 속에서, ‘고마웠어’ ‘미안해’ 그리고 ‘보고 싶었어’ 라는 말들을 주고 받으며 자라 난 이 곳. 배려와 서둘것 없음을 익힌 이곳을 바로 ‘고향’으로 마음 속 깊이 뿌리내린 우리의 아이들. 마르지 않는 샘 처럼, 변함 없는시간 처럼, 감사가 그들의 앞 날에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비록 먹구름이 불쑥 하늘을 덮는 저녁이 그들에게 닥친다 할 지라도 그들은 이미 잘 보아 온 것이 있다. 환한 웃음으로 밝게 열리는 프레스노의 이 감사한 아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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