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밸리에 다녀 왔다. 2-3 개월 전에도 방을 예약하기가 힘들어 한번도 못가고 있었는데,올해는 웬일로 한달 전에 빈방이 그것도 평소보다 싼값에 나와 있었다.
일때문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 지면서도, 오랫만의 여행이고 꼭 가보고 싶은 곳이라 선배에게 일을 부탁하고 떠났다. 그냥 사막을 볼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것보다 더 아름다운 경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몇백만년 전의 바다가 지금 이렇게 뜨거운 사막지대로 바뀌어 다채로운 색과 형태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감탄스러웠다. 경이로운 자연을 감상하면서 중간 중간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 또한 여행의 즐거움이 아닌가 한다.
데스 밸리는 라스베가스에서 가까워서 인지 관광 버스를 탄 노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힘들어 하는 할머니를 꼭 부축하고 내려오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어쩌면 새로 시작하는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 우체국 앞에서 우편물을 가지러 온 이쁘게 생긴 할머니의 티셔츠가 록그룹의 것인걸 보고, 어쩌면 그 사람이 이본느 엘리만이란 가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기껏 왔더니 차에 앉아만 있다고 투덜대는 두 할아버지들을 지나쳐, 차안에 가지런히 앉아 있는 4명의 할머니들을 보는 순간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남자들은 모른다. 그렇게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 얘기하는게 얼마나 즐거운지. 낑낑거리고 산에 오르지 않아도 멀리서 보면 다 보이는데,그 시간 여자들의 수다 또한 여행의 일부임을. 지나가는 나를 보며 저 동양 여자 모자 한번 희한하다에서 출발하여 태양과 피부 트러블 혹은 이민 문제 어딘가에서 끝이 났을 그들만의 명랑한 토론.
아침 일찍 커피를 마시며 일출을 바라 보던 아버지와 아들을 바라 보며 좋은 여행이겠구나 싶어서 , 아들 녀석에게 아빠랑 둘이 서부에서 동부 일주 여행을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사춘기인 아들 녀석은 대답으로 콧방귀 소리만 내었다. 그렇게 콧방귀를 끼던 아들 녀석은 해질녘 모래언덕을 걸으며 좋았다고 얘기한다. 몇년 뒤면 자기만의 세상을 향해 나갈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한 것 같아 나 역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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