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각 문화권은 나름마다 특별히 발달된 어휘를 가지고 있다. 에스키모의 경우는 눈(雪)과 관련된 어휘가 특히 많아 수십 개가 넘는다고 한다. 극한의 환경에서 형성된 문화가 에스키모 문화이기 때문이다.
한자권 문화에는 눈물과 관련된 어휘가 특히 많다. 눈물을 가리키는 표현이 상당히 다양하다.
망국의 한에 뚝뚝 떨어지는 장사의 눈물, 소리 없이 젖어드는 규방 여인의 눈물. 세상사 허무함을 깨달았을 때 주르르 흘러내리는 눈물, 사모의 눈물, 그리움의 눈물, 가슴으로 우는 눈물 등이 한시(漢詩)에서는 각기 다른 언어로 표현돼 있다.
한국도 눈물에 관해서는 남 못지않은 전통을 가지고 있다. 민담에서 민요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갖가지 전승에는 눈물이 배어 있다. ‘한’(恨)의 문화가 한국의 문화인 탓인지 전통문화는 물론이고 대중문화에도 항상 눈물이 고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광의 순간이다. 금메달이 확정된 것이다. 그 순간을 맞는 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거의 예외 없이 눈물을 흘린다. 강인한 의지력이 얼굴 표정에도 드러난다. 그런 남자 선수들도 최종 승리가 확정되고 금메달이 결정되는 순간 눈물을 흘린다.
재미있는 사실은 패배자들은 좀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를 악무는 경향이다. 나이 어린 소녀 선수들의 경우 예외는 있지만 메달을 놓고 경쟁하다가 승패가 결정됐을 때 눈물을 흘리는 쪽은 대부분이 승자들이다.
그 눈물은 오열에 가까웠었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땅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을 치켜들고 눈물을 흘린다. 그 뿐이 아니다. 시상대에 올라서도 온통 눈물 투성이다. 말을 잇지 못한다. 과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이 보여주던 모습이다.
그 울음은 ‘한의 문화’의 울음이었다.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싸움이다. 그 싸움에서 결국 이겼다. 그 때 터지는 통곡 같았다.
가정형편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를 악물고 환경과 싸운다. 눈물겨운 가족의 뒷바라지로 버틴 것이다. 최종 승리의 순간 그 숱한 인고의 나날들이 일시에 떠올려진다. 그러면서 이제는 살만하게 됐다는 안도감이 복받쳐 터져 나온 감정의 응어리로 들렸다.
그 울음소리가 달라졌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눈물을 비친다. 그러나 오열이 아니다. 환희의 눈물이다. 인간 승리의 눈물이다. 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딴 한국의 신세대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금메달이 아니어도 당당하다. 여유가 있고 비장감이 적어졌다. 그 당당한 모습, 여유로운 신세대의 모습에서 달라진 대한민국의 오늘이 새삼 느껴진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