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생활이 20년이 되던 해였으니까 아마도 8년 쯤 전의 일이었다. 한국에 있는 언니와 둘이서 그 간의 세월속에 묻혀버린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 놓자며 여행을 가기로 했다. 제주도,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곳. 호텔에 짐을 풀어 놓자마자 렌트카를 몰고 탁 트인 해변 도로로 나섰다. 볼곳도 많고 생기도 넘쳤으니까. 허지만 한 십여 분이나 달렸을까, 그만 제주의 바다에 눈이 멀고 끝도없이 이어지는 돌담에 매료되어 차를 세우고 말았다.눈물 받이처럼 숭숭 파여있는 돌바닥에 주질러 앉아 바다도 보고 돌담도 봐 가며 시작된 우리의 이야기는 반 나절의 일정을 그 한 자리에서 다 채우고 말았다.
며칠 전,우연히 TV에서 제주도 남자들이 울타리 수리를 하는 것을 보았다. 특별한 매력으로 마음을 흔들었던 그 제주의 돌담이기에 반가왔다. 화산이 토해놓아 지천에 널리고 널려 먹거리 밭을 만드느라 하나 둘 옆으로 밀쳐 놓기 시작하다 되어 버린 담.
자잘한 돌로 밑 부분을 여물게 다진 다음 그 위에 큰 돌을 얹는데, 바람 길을 터 주기 위해 귀가 딱 들어맞지 않도록 엉성하게 얹어야 한단다. 물 이나 시멘트를 전혀 쓰지 않고 순전히 돌만으로 짜 맞추어 올린 돌담은 장정의 힘으로 흔들어 보아 좌우 양쪽 5미터씩이 다. 함께 흔들거려야만이 바르게 쌓인 담이라 했다. 어느 돌 하나 만이 움직이거나 빠져 버린다면 제주의 바람을 견딜 수 없어 아주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란다.
가족과 다를것이 무어란 말인가. 우리가 더불어 사는 교회나 직장이나 그 어느 공동체도 제주의 돌담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큰 의미의 가족’이다. 돈이나 외모나 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 사랑하면 즐거운 곳. 돌담도 바람의 길이 있어야만 폭풍을 견뎌낸다는데 하물며 우리에게는. 아마도 여유와 기다림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이 습관처럼 몸에 익어 질때 우린 숨통이 트인단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리라. 나 하나가 아닌 너와 내가 함께 하는 것이 가족이기에 내 생각이나 욕심, 체면만을 고집하면 힘이 없어 곧 무너져 내릴 지도 모르겠다. 무너진 울타리를 다시 쌓기는 쉬울수 도 있겠지만 가족을 다시 세우기란 그리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아, 그래서였구나! 모든 것을 그리 후히 주시는 하나님이 유독 가족이라는 선물만큼은 끝이 없는 희생과 인내로 피어 나는 귀하디 귀한 꽃으로 묶어서 주신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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