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구원의 사슬은 끊기 힘든 것일까.
로버츠 대법원장은 9일 앨라배마대 법대에서 행한 강연에서 지난 1월 오바마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대법원을 공개 비난한 데 대해 그간 억눌러왔던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자신과 5명의 대법관들이 당시 하원 전체회의장의 맨 앞줄에 앉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기업의 무제한적인 선거광고를 허용한 대법원 판결을 `잘못된 것’이라고 했던 비난에 뒤늦게 반격을 가한 셈이다.
보수성향의 로버츠 대법원장은 “누구라도 대법원을 비판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비판이 정당화될 수 있는) 상황, 환경, 예의라는 문제도 있다”고 말해 오바마 대통령의 대법원 비판이 적절치 않은 장소에서 무례하게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정부를 구성하는 한 축의 사람들이 대법원을 감싸는 형태로 기립해서 환호하는 와중에 사법부 (사람들은) 의전의 요건에 따라 무표정하게 앉아 있어야 하는 장면은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또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이미 `정치적인 궐기대회’로 전락한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아직까지도 참석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의 공개 반격은 국정연설 당시 연단 아래서 연설을 듣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역시 보수성향의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의 `무언의 반박’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어서 앞으로 행정부와 대법원의 충돌이 계속될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당장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로버츠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진짜로 우려스러운 것은 (대법원의) 판결이 기업과 이해집단의 자금이 선거판으로 쏟아져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라며 종전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사실 로버츠 대법원장과 오바마 대통령은 하버드대 로스쿨 동문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을뿐 이념적 지향점이 판이하게 달라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
지난 2005년 상원의원이던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 조지 부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던 로버츠 대법원장 후보의 인준표결 당시 “로버츠 후보는 약한 자 보다는 강한 자들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왔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작년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불과 35개 단어로 구성된 취임 선서를 선창하면서 일부 어순을 바꾸는 바람에 오바마 대통령이 이튿날 백악관에서 재선서를 하는 해프닝의 원인을 제공했다.
지난 1월27일 대통령 국정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법원의 기업 정치광고 허용 판결을 비난하는 연설을 하자 대법관들이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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