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에선 어디를 가나 센서스 2010 포스터를 보게 된다. 라디오나 TV의 선전은 물론 한국 식당이나 식품점에 한국어 포스터까지 붙어 있어, 그 규모와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도대체 센서스 즉 인구조사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
인구는 정치적으로는 각 주의 연방하원 의석수를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이며 연방의회, 주 및 지역 선거구 설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으로는 매년 4천억 달러 이상의 연방 기금 분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평상시 정부 도움 없이 잘 사는 나와 내 가족과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내가 사는 오하이오, 신시내티 경우, 연방정부가 지난 10년 간 인구조사 참여인구 일인당 매년 2,263 달러의 연방기금을 주었다. 인구조사가 매 10년 마다이니 한 사람의 불참여로 시 정부는 2만2,630불을 잃는 것이다. 시장은 지난 번 인구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인구로 10년 간 1억400만 달러를 잃었다 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병원시설, 아이의 학교시설, 교통, 공중보건,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예산이 덜 왔으니 내 생활이 그만큼 덜 편했고 내 아이 교육의 질도 떨어졌던 것이다. 아시안의 경우엔 그 여파가 훨씬 컸다. 커뮤니티 영어교육, 직업훈련 등의 규모가 작았고, 아시안 단체와 비즈니스에 보조금이 거의 없었다.
지난 2000년 센서스를 보면 미국 인구 2억8,000만명 중 4.2 %가 아시안이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금년 센서스엔, 미국 인구가 13% 늘고 아시안은 72%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소수민족 참여도가 주류에 비해 훨씬 낮다고 보아 아시안의 수가 실제로는 훨씬 많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엔 아시안 참여도를 높이고자 많은 애를 쓴다.
내가 참여하는 총 아시안 단체도 각 아시안 단체, 교회, 언어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며 애쓴다. 우리 단체가 받을 주, 시정부 지원금에도 큰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단체들은 자체행사도 바쁘고 외부인의 참여도 꺼리는데다가, 인구조사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잘못된 생각이 올바른 이해의 기회를 막으니 악순환의 연속이다.
인구 조사국은 10개의 질문의 조사양식을 각 가정에 보내기 시작했다. 4월1일, 적어도 중순까지 용지를 작성하여 조사국에 보내지 않으면 가정방문을 받는다. 조사원을 사칭하는 사기꾼들을 조심해야 한다.
영어 양식 대신 모국어 조사양식을 쓰고 싶으면 동네 도서관에서 바꿀 수 있다. 질문이 있으면 동네 센서스 지국이나 도서관에서 모국어 하는 사람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간단한 영어 필기시험만 치르면 파트타임으로 7월까지 인구조사 도우미 일을 할 수도 있다(www.2010.census.gov).
통계작성을 위한 정보라서 센서스 개인정보는 법으로 철저히 보장되어 있다. 누구라도 이를 어기면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그래서 불법 체류자에게 조사 작성을 더 각별히 권하는데 그럴수록 더욱 위협을 느끼며 피하는 것 같다. 그들의 참여수가 많을수록 사회보장제도의 질이 더 높아지게 되고, 그래서 어쩌면 체류법도 여유롭게 바뀔 지도 모르는데.
어제 밤 9시 센서스 강의로 커뮤니티 학교에 갔다. 큰 빌딩이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많은 교실 마다 많은 인종의 어른들이 꽉 차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다. 정규수업 후 내 짧은 강의와 몸짓발짓 문답이 끝나자, 막일로 더러워진 복장의 한 그룹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목례하더니 모국어 센서스 안내지를 읽으며 주차장 어둠 속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하루 종일 일하느라 피곤했고 내일도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데 내가 이 밤중에 무슨 짓인가?’ 싶었던 내 생각도 그들을 따라 어둠 속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김보경 / 대학 강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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