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생활 40년 동안 구수한 사투리와 걸쭉한 입담으로 시청자와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 배우 김수미(59)가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영화 ‘육혈포 강도단’ 개봉을 앞두고 최근 만난 그는 영화 시사회에서 눈물을 쏟고, 이어진 인터뷰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했다.
내 영화를 보고 운 건 처음이에요. 울어도 혼자서 울지. 세 여자의 인생이 너무 가엾잖아요. 시나리오 읽을 때부터 울었고 찍으면서도 울고 보면서도 또 울었어요.
영화는 세 할머니가 평생소원인 하와이 여행을 위해 모은 돈을 강도에게 빼앗기고, 그 돈을 찾기 위해 직접 강도단으로 나선다는 코미디 영화다.
그러나 자식이 없거나 있어도 없으니만 못한 세 할머니의 처지와 가슴에 박힌 아픈 사연은 너무도 현실감이 있어, 8년 동안 힘들게 모은 여행 자금을 되찾기 위해 할머니들이 강도로 나선다는 ‘황당한’ 설정을 받아들이게 한다.
김수미는 김정수 작가가 쓸 때 ‘전원일기’를 보면서 내 연기가 아니라 작품을 보고 몇 번 운 적이 있지만, 내 작품을 보고 운 건 처음이라며 영화는 물론 드라마까지 모든 연기 인생을 통틀어 제일 만족한다고 자부했다.
영화에서 김수미는 다시 한 번 장기인 ‘애드리브’로 웃음 폭탄을 만들었다.
처음엔 애드리브 안 하고 정극으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찍다 보니 간이 안 맞는 음식 같잖아. 그래서 몇 번 애드리브를 툭툭 했더니 감독이나 스태프 반응이 좋아서 결국 또 했죠, 뭐.
슈퍼마켓에서 훔친 물건을 경매로 팔 때 한 노래나 인질들을 풀어주며 한 마디씩 던지는 것이 다 애드리브였다.
그는 애드리브도 감독하고 잘 맞아야 하고 오버하면 흐름을 깰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면서도 내 애드리브에 관객이 웃는 걸 보고 ‘난 타고 났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소의 그는 계절을 많이 타 봄 앓이를 하고, 말없이 침잠해 있는 편이라고 했다. 작품 속에서처럼 큰 목소리로 웃거나 떠들지 않는다.
‘애드리브’는 절대 준비하지 않아요. 카메라만 돌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니 타고났지. 공항 장면을 찍으면서도 상황이나 몸 상태가 최악이었는데 카메라 앞에 서면 감정에 빠져서 눈물이 안 나올 수가 없었어요.
함께 호흡을 맞춘 나문희와는 첫 작업이었지만 3일 못 보면 보고 싶었다고 했다.
40년 전 신인 때 단막을 하고 나오는데 문희 언니가 ‘너 참 잘한다. 잘 될 것 같아’ 했어요. 그런데 그해 제가 신인상을 받았잖아요. 상 받았다고 해외 여행을 보내 줬는데 가자마자 언니 목걸이부터 샀어요. 언니는 아직도 그걸 갖고 있고.
타고난 것 같다는 연기를 안 했다면 그는 글을 썼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미 몇 권의 책을 낸 그는 시나리오와 연극 대본도 틈틈이 쓰고 있다고 했다.
늙는 것은 감동이 줄어드는 거예요. 신인 때는 개런티 700원 받아서 옷 한 벌 맞추면 계속 보고 싶어서 장에 걸어놓고 자다가도 불 켜고 또 보고 그랬는데. 요즘 나한테 에너지를 주는 건 우리 삼식이(애완견)하고 자연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연기하는 게 감사한 일이죠.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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