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교사와 공무원은 전에는 대학생들에게 별 인기가 없는 직종이었다.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일 자체가 도전적이거나 진취적인 것과는 멀었기 때문에 젊은 나이에 이런 일을 하면서 일생을 보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자기 직업으로도 이들은 인기가 상종가고 배우자의 직업으로서도 이상적인 직종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과가 없으면 정년이 보장되는데다 퇴직 후에는 죽을 때까지 연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 퇴임한 교사, 공무원, 군인 출신 홀아비는 과부의 배우자 후보 1순위였다고 한다. 아예 ‘나와 결혼해 달라’며 돈을 싸들고 오는(공정 가격이 3,000만원이란다) 여자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남편이 죽으면 그 수입은 고스란히 아내 차지가 되기 때문에 평생 돈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사회 문제가 되자 한국 정부는 법을 바꿔 원래부터 결혼했던 조강지처에게만 이런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과 교사의 인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갈수록 늘어가는 데 일반 기업의 은퇴 연령은 계속 낮아지기 때문이다. 일류 기업에서 중역으로 잘 나가다가도 50대에 명퇴를 당하고 나면 할 일도 없어지거니와 신분도 삽시간에 격하된다. 어차피 하루에 네 끼 먹는 것도 아니고 뭘 해도 먹고는 산다고 볼 때 현역으로 있을 때 못지않게 은퇴 후 수십 년을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데 생각이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같이 불황이 심할수록 이런 경향도 뚜렷해지는데 이곳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연방 및 주 공무원이 받는 연금은 부러움 차원을 넘어 지탄의 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가장 연금이 후한 공무원의 하나인 가주 소방대원의 경우 마지막 월급의 3%에 근무 연한을 곱한 액수가 연금으로 지급된다.
20세에 일을 시작해 34년을 일하고 은퇴하면 평생 월급보다 많은 돈을 연금으로 받게 되는 것이다. 장기 근무한 한 소방대장은 현재 마지막 연봉 22만 달러보다 훨씬 많은 28만 달러를 매년 연금으로 받고 있다.
소방대원이나 경찰은 위험이 따르는 직업이니까 그렇다 치고 우유 검사관 같은 아무 위험 부담이 없는 직종까지 이런 혜택을 주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주 의회는 2002년 이들에게도 같은 혜택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의 자금줄인 공무원 노조의 입김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 결과 현재 가주에서는 1만 5,000명이 넘는 전직 공무원이 연봉 10만 달러가 넘는 고액의 연금을 받고 있다.
가주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는 이런 모순이 가려져 넘어갔으나 세수가 급속히 줄고 있는 지금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주 정부는 30억 달러에 달하는 연금 부족분 일부를 메우기 위해 8억 달러의 UC 등록금 인상을 단행했다. 은퇴 공무원의 과도한 펜션 지급을 위해 최저임금을 받으며 피자 배달을 하는 학생들의 주머니를 턴 것이다.
현재 55억 달러에 달하는 은퇴 공무원 펜션과 의료비는 향후 10년간 15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주지사 사무실은 보고 있다. 가주 정부의 총 연금 의료비 부채는 1,220억 달러에 달한다. 갈수록 늘어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등록금과 세금은 계속 올라 학부모의 허리는 휘고 비즈니스는 가주를 떠나게 만들 것이다. 그럼에도 공무원 노조에 발목이 잡혀 있는 민주당은 아무런 개혁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
모든 물은 오래 고이면 썩는다. 가주 의회의 민주당 집권은 인간 기억력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가주가 살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하다. 올 가을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의 다수 의석을 박탈한다면 가주 회생의 중대한 전기가 마련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가주에 밝은 내일이 찾아오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 같다.
민경훈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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