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기운이 만연한 3월이다. 겨우내 언 몸을 녹인 대지는 심호흡을 토하고 잔잔하지만 거대한 꿈틀거림으로 새 생명들을 뿜어낸다. 아침나절 창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과 뒤뜰에 돋아난 파릇파릇한 새싹에서 전율하듯 봄의 생동감이 전해온다.
미세한 자연의 숨소리에서 들리는 새 생명의 위력만큼이나 내 마음에도 기쁨의 꿈틀거림이 있다.
석 달 전 초청이 결정된 후부터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어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는 목사님 부부가 지난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작년 여름, 한국에 갔을 때 시골벽촌 외딴 곳에서 작은 교회를 돌보며 일생을 바치는 목회자 부부를 만났다. 처음 개척지로 교회가 없는 곳을 물색하다가 양산 어느 작은 마을에 소 외양간이 빈 데가 있어서 손수 깨끗하게 청소하고 내부를 개조해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단다.
이 십 년 동안 열명 남짖한 교인들을 섬기며 예배를 드리는 이들부부, 도시교회의 유혹이 있지만 차마 이 성도들을 두고 떠날수가 없는것이 목회자의 심정임을 나는안다.
미국으로 유학 와서 학업을 마치고 교회를 개척해 5년이 지날 때 쯤, 한국 대형교회의 청빙이 왔을 때, 아직 안정되지 않은 교회를 두고 떠날 수가 없다던 남편 목사님의 심정을 나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도 개척교회만 섬기느라 세상 위로는 받지 못했지만 이분들을 만나고 보니 도리어 사랑에 빚진 자가 된 기분이었다. 아무리 미국생활이 어렵다할지라도 기본적인 삶은 누리고 있음이 오히려 미안할 지경이었다. 평생을 가난한 시골 교회 목회자로 사는 두 분에게 하나님께서 위로의 선물을 주시기위해 나를 도구로 사용하셨다. 2주간의 여행일정 동안 미국 대형교회와 백 오십년의 역사를 가진 교회를 탐방하고 한국 이민교회들을 다녀보며 간간히 미국 땅을 구경시켜드리는 중이다. 가는 곳곳마다 진심으로 감사를 표현하는 그분들의 마음이 너무나 고마워 전혀 피곤을 모르고 지낸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하여 외로운 목회자들을 섬길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이 주어진다면 빚진 자의 심정으로 기쁘게 모시려고 한다. 사방으로 산이 겹겹이 둘러싸인 시골에서 평생을 외길만 걸어오신 한 외로운 목회자 부부의 마음에 샌프란시스코의 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예수님의 사랑과 위로가 가득 채워지면 좋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