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밤 연방 하원에서 미국 건강보험 제도를 대대적으로 수술하는 건보개혁 법안이 가결됨으로써 약 100년에 걸친 미국의 건보개혁 도전사에 한 획이 그어졌다.
건보개혁의 시작은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약속했으나 대선 패배로 실패한 것이 그 출발이다. 그 후 1929년 미국 내 최초의 근대적 건강보험이 탄생했고 193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1945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각각 건강보험 개혁을 시도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하고 말았다. 1965년 메디케어, 메디케이드가 도입돼 건강보험이 개선된 후 대선 공약으로 건보개혁을 약속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하원을 통과한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23일 정식으로 서명함으로써 사실상 전국민 의료보험 시대가 열리게 됐다.
약 100년간 계속돼 온 수많은 개혁 시도와 실패를 뒤로 하고 역사적인 건보개혁 법안이 가결됐지만 그 과정에서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소수파인 공화당은 법안 심사나 표결 때 물리적 저지나 장외투쟁 등은 벌이지 않았다. 한국 국회의사당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여야 의원들간 몸싸움과 국회의장석 점거 등의 추한 모습은 미국 정치권에선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의회 절차를 존중하고 표결 결과에 승복함으로써 절차적 민주주의를 살리는 성숙한 모습이다.
국회의원들의 수는 사실상 민의를 대변한다. 소수파가 수적으로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없다면 이는 엄밀히 말해 민의가 포함된 것이며 소수파가 물리력을 행사해 법안 통과를 방해하는 것은 다수 국민들의 바람을 거스르는 것과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때로는 다수당이 다수의 힘을 빌어 전횡을 일삼을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이를 견제한다. ‘필리버스터’란 입법관행상 미국 연방상원에서 다수파가 양보를 하거나 법률안을 철회할 정도로 오랫동안 연설함으로써 의회의 활동을 연기하거나 방해하기 위해 상원의원 소수파(때로는 1인의 상원의원)에 의해 사용되는 의회의 전술이다. 폭력이 난무하는 물리적 대치와 필리버스터 제도를 통한 소수파의 토론 기회 부여 중 어느 것이 더 민주주의적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정치권도 하루빨리 성숙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갖춰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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