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이 이고가는 뒷모습에 긴머리 땋아 허리까지 내리우고 사뿐히 걸음하던 옛 처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지리산에서 거리 멀지않는 산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기에 이런 모습이 아직도 기억속에 남아있다.
올캐 언니 세분이 이런 모습으로 지내다 우리집으로 시집을 왔고 큰 언니 또한 그 머리 올리고 시집을 갔다.
긴 머리 댕기하여 부모품에 있다가 집안 어른들에 의해 선을 보고 결혼날을 앞두고 이젠 머리를 올린다하여
댕기풀이를 하던 언니 오빠들의 추억이 내게 아련히 남아있다.
수 천 년을 내려왔던 댕기풀이의 전통이 이십일 세기의 오늘에도 형식만 다를뿐
그 의미를 그대로 담고있는 예식이 이 미국에도 있음을 나는 최근에 알게 되었다.
딸의 결혼을 앞두고 딸 친구 한명으로부터 예쁜 카드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우리딸의 브라이덜 샤워를 해 주기 위함이다.
미국의 트레디션중에 Bridal shower와 Bachelorette 두개의 파티가 결혼전에 있다.
남자는 가족이라 할지라도 비껴줘야하고 오직 여자들만이 모이는 모임이라한다.
가까운 친구들을 중심으로 처녀시절의 마지막 회포를 푸는듯한 그런 모임이었다.
새색시가 될 친구에게 결혼선물을 주고 재미있는 게임들을 하면서 한나절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신랑쪽에서도 같은 파티가 있다한다. 총각을 면하는 파티인 셈이다.
내게는 오빠셋이 있어서 우리집 사랑방에 밤을 새워 놀던 오빠 친구들의 호탕한 웃음 소리가 어슴푸레 기억이 난다.
막걸리가 아닌 그날 만큼은 정종으로 대신하고 닭을 잡고 간간히 엄마가 부침개를 만들어 넣어주시던 생각이 난다.
딸이 새 신부가 되는 행사를 맞을때마다 딸과의 헤어짐이 피부로 와 닿는듯 하여
기쁘기 보다 심장하나를 빼어줘야하는 떠나보냄의 아쉬움이 가슴을 져민다.
열달동안 태아를 품은 엄마는 출산을 해야하고, 반려자를 만난 딸은 품에서 내어줘야 하는것이 하나님이 정한 원칙인줄 알면서도
왠지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 오는것은 모든 딸 가진 엄마들이 느끼는 같은 마음일까?
콜로라도에서, 로스앤젤레스에서 또 근처에서 친한 친구들이 속속 찾아와서 베풀어준 댕기풀이 파티는
보내야 한다는 막연한 엄마의 심정에 딸의 성(last name)을 바꿔주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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