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러튼에 거주하는 40대의 아리안 박 씨는 지난달 주말에 대형 한인 교회를 다니면서 유권자 등록 운동을 했다. 그는 어떤 단체나 정당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본인이 시의원 출마와 같은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시간과 돈을 써가면서 유권자 등록 운동을 한 것은 더욱 아니다.
건축설계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박씨는 자신의 업무 관계로 풀러튼 시와 접촉하면서 한인커뮤니티의 정치력 신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 앞으로 한인 정치인이 있으면 한인업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자발적으로 나섰다.
올해 부에나 팍에 시의원 출마를 선언한 오상진(미국명 밀러)씨도 비슷한 맥락이다. 부동산 개발업에 종사하는 오씨는 부에나 팍 시와 비즈니스 규정 관계로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발생해 이를 개선하기위해 결국 출마를 결심했다.
지난달 본보에 전화를 해온 익명의 한 독자는 아리안 박, 오상진 씨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부에나 팍과 풀러튼에는 한인 업소들이 많은데 시에 들어가 보면 도움 받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독자는 풀러튼과 부에나 팍에도 시정에 참가하는 한인들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에나 팍, 풀러튼은 오렌지카운티 ‘제2의 한인타운’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인상권만 지난 몇년동안 계속해서 팽창해왔을 뿐 한인커뮤니티에서 로컬 정치에는 거의 무관심해 정치력 신장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 지역 한인상인들의 권익을 옹호한다는 취지에서 몇 년 전 북부 OC한인상공회의소가 창립되었지만 중부한인상공회의소와 합병되면서 사라졌고 이제는 이곳에는 한인단체라고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한인 정치력 신장을 목적으로 설립된 ‘iCAN’이라는 한인 단체가 있지만 활성화 되지못하고 있다.
2년 전 버지니아 한씨가 풀러튼 시의원에 한인으로서는 첫 도전하면서 불씨를 놓기는 했지만 커뮤니티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 이후 한인커뮤니티에서는 한인들의 힘을 결집할 수 있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나마 올해 들어 풀러튼에서는 지헌영 씨, 부에나 팍에서는 오상진, 제리 공씨가 시의원에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이 지역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들이 선거에 출마해 당선될지 아니면 낙선할지 앞으로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바람직스러운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풀러튼 시는 전체 유권자 6만9,000여명 중에서 한인 유권자가 3,900여명(5.6%)밖에 되지 않고, 부에나 팍시는 3만7,000여명 중에서 한인 유권자는 1,800여명(4.8%)밖에 되지 않아 한인 출마자에게는 힘든 선거전이 예상되고 있지만 당락에 관계없이 정치력 신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세리토스시도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한인 후보들이 시의원, 교육위원에 도전해 실패를 거듭해오다가 결국 뜻을 이루어 이제는 ‘남가주 한인 정치 1번지’로 불릴 정도로 부상했다. 오랜 시간동안 이 지역 한인 커뮤니티에서 표밭을 다져온 결과이다.
풀러튼, 부에나 팍 지역에도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해서 걸음마가 시작됐다. 뜻 있는 한인인사들은 시의원에 도전하고 일반 한인들은 유권자 등록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한 표라도 결집하는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야 한다.
올해 풀러튼, 부에나 팍 한인 인사들은 정치력 신장을 위해 불씨를 당겼다. 이 불씨가 계속해서 살아남아 큰불로 번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문태기 / OC 취재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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