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문득 달력이 4월 중순으로 넘어가 있다. 하루 하루 짜여진 일과에 맞추어 지내다 보면 어느새 일년이 후딱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누군가 나이를 물어 보면 한참을 생각해야 하고, 이 숫자가 내 나이인가 싶다. 이 숫자를 함께 나누는 사람. 나와 동갑내기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술과 사람은 오래된 것일수록 좋다는 말이 생각난다. 매일 매일 사람들을 만나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다 보면 가끔은 오래된 친구들이 참 그립다. 굳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 안해도 되는 친구. 말없이 몇시간을 앉아 있어도 되는 친구. 그리고 힘들다고 얘기해도 왜냐고 묻지 않는 친구.
전화도 자주하지 못하고, 한국에 자주가는 편이 아닌대도 대학 동기들은 그저 그렇게 항상 내 옆에 있다. 학교 다닐때부터 애 늙은이들 같던 친구들은 여행을 가서도 콘도에 틀어박혀 드라마 보는 것을 제일 좋아했던 것 같다. 수다를 떠는 것도 아니고,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요즘말로 부킹을 해서 노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끼리 밥해먹고, 맥주 홀짝거리고 드라마 보면서 같이 울고 웃곤 했다.
그렇게 있던 친구들은 몇몇은 결혼을 하고, 몇몇은 다시 이혼을 하고 그리고 몇몇은 아예 결혼도 하지 않았다. 아이가 두살무렵 한국에 다닐러 갔을때 돌아오기 하루전 아이 돌반지와 이쁜 옷가지들을 쥐어 주던 친구들. 그때 친구들은 셋방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다들 힘들때였다.
작년에 만난 친구들은 혼자서 세상과 싸우느라 고군분투하고, 아이들 입시준비에, 등록금에 다시 빠뜻하고 그리고 여기 저기 아픈 몸과 싸우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홍대앞 친구 작업실에 모여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그때 주된 얘기가 가물거리기 시작하는 눈. 고혈압 그리고 관절염이었던 것 같다. 서로 어떤 약을 먹는지 정보도 교환하고. 나이를 잊고 살던 나는 친구들이 혈압약 같은 것을 먹는다는 사실에 무척 놀랬었다. “다음에 만나면 우린 뭘할까?” 묻던 나에게 한없이 맑게 웃으며 한 친구가 하는 말 “ 담에는 서로 약도 나눠 먹고 어느게 더 좋은지 그런 얘기하고 있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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