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한때 문학소녀를 꿈꾸기도 했었던 필자가 꿈과는 전혀 상관없는 한의사의 삶을 살아가다가 이렇게 여성의 창을 통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마냥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수 많은 사람들과 환자들을 대하는 과정에서 혼자 간직하기에는 아까운 아름다운 순간 순간들과 사연들을 글로 옮기려니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에 눈부시게 부서지는 햇살이 아름다웠던 어느 날 오후의 일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걸음조차 떼기 어려운 미국인 할아버지 한 분의 이야기다.
할아버지가 처음 내원했을 때 "피곤하다"는 말씀을 연신 하시면서 어깨가 아프다고 하셨다. 알고 보니 할머니께서 1년 넘게 집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누워계셔서, 직접 병간호와 집안일을 하신다는 것이었다.
치료를 끝낸 후 통증이 완화되어 팔도 많이 올라간다고 좋아하셨다.
그 후 두세 번 내원하신 후, 어느 날 집으로 할머니 왕진을 요청하셨다. 왕진이라.. 잠시 망설였으나 할아버지의 애절한 눈빛에 두말 없이 따라 나섰다.
집에 도착하니 현관문엔 거미줄이 널려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랜 시간 외부사람의 출입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집안 내부도 어둡고 어수선했으나 침대에 누워계신 할머니는 너무도 곱고 깨끗한 모습이어서 병석에 오래 있지 않은 분 같았다.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시는 할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할아버지의 꿈은 할머니의 다리가 나아서 함께 춤도 추고, 여행도 하는 것이었다. 병간호가 힘들지 않으시냐고 여쭤보니, 할머니가 너무 좋은 와이프이기 때문에 아무리 아프고 힘들더라도 할머니를 잘 돌봐야 한다고 하셨다.
고교시절 댄스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 결혼하고 여태껏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한, 지금도 변함없이 부인을 많이 사랑한다는 모습이 너무도 인상 깊었다. 할머니는 비록 아파서 누워있지만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인스턴트 사랑과 이기적인 사랑이 만연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정말 본보기가 될 만한 너무도 귀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였다.
젊을 때나 노년에나, 기쁘고 좋을 때나, 힘들고 어려울 때나 변함없이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두 분과의 만남은 하나님이 주신 큰 은혜라 여겨진다. 그분들을 통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서로 변함없이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그 날이 오기를 꿈꾸며 독백을 되뇌어봤다. "꿈은 이루어진다지...". 그날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라본 저녁 노을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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