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핏줄은 어쩔 수 없나보다.
남북이니, 천안함이 어떠하니 떠들면서도 막상 북한 축구선수들이 브라질과의 경기를 마치 우리 조국의 태극전사들이 맞붙는 마냥 넋을 잃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음에 가슴 찡함을 느낄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최 모씨의 경우 살리나스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북한과 브라질과의 경기가 끝날까 싶어 SV지역 한인 식당에 가서 식사 겸 TV로 경기를 시청했다고 한다.
우리들의 자랑스런 태극전사가 펼치는 경기처럼 단체응원은 하지 않았으나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점심식사를 하면서 눈길은 모두 TV로 향해 있었음은 어쩔 수 없는 마음속의 응원을 보낸 것일게다.
전반전을 0:0으로 끝내고 정대세 선수 혼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의 골문은 절대 못열것", "북한 선수들 정말 잘한다"라는 얘기부터 "북한이 이겨 꼭 16강에 함께 진출했으면 좋겠다"라는 적극적인 응원과 성원까지 보냈으니 아닌 말로 단체응원이나 다를 바가 없었으리라.
또한 어떤 직장에서는 한인들끼리 경기결과를 두고 내기까지 걸었을 정도라고 한다.
어찌됐던 44년만에 세상에 다시 나온(월드컵 세상) 북한 대표팀은 그 투혼을 다했고 칭찬을 들을만한 페어플레이도 펼쳐보였다.
이쯤 되니 남북분단의 서러움이 또다시 느껴진다.
만약 북한팀에 박지성이 뛰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정성룡이 북한대표팀의 골키퍼를 맡았다면? 만약 박주영이 정세대와 투톱을 이뤄 브라질과 대결을 벌였다면 결과는 좀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고 자문해본다.
역으로 한국팀에 정대세같은 선수가 한명 쯤 더 포진해 있다면 태극전사는 더욱 더 탄탄하고 강력한 팀으로 부상하지 않았을까 싶다.
박지성이 패스해주는 공을 박주영과 정대세가 주고받았더라면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결과는 좀 더 좋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다시 말해 “남북한 단일팀으로 월드컵에 출전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얘기다.
이미 남북한은 이전에 남북단일팀을 이뤄 좋은 성과를 거둔 적이 두 번 있었다.
탁구단일팀이 지난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축구에서도 1991년 세계청소년 축구대회에서 남북한 선수 각각 9명씩이 단일팀을 이뤄 8강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만약 이번 월드컵대회에도 남북으로 분산된 전력이 아닌 알짜배기 선수들만 골라냈다면(물론 현재 태극전사로 선발된 모든 선수가 알짜지만) 좀 더 안정되고 탄탄한 전력을 마련할 수 있었을텐데 못내 아쉬움이 많다.
비록 이번에는 남북이 각각의 팀을 구성, 월드컵에 진출했지만 다음에는 단일팀이 구성되기를 기대해본다.
<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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