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만큼 축구가 인기 많은 나라가 많지 않다. 문제는 어린 아이들을 위한 교양과목쯤으로 생각한다는 데 있다. 어릴 적 자전거를 타다가 운전면허증을 따는 순간부터 자전거를 ‘졸업’하듯이 축구와 자전거는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추억거리로 간주한다. 아니나다를까 이런 답답한 아이러니를 어떻게 하면 졸업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미국축구연맹(USSF)의 최대 고민거리라고 한다.
이런 상황은 그러나 많이 발전한 것이다. 내가 어릴 적 축구를 할 때 감독과 심판들은 모두 이민 온 사람들이었으며 학교에서는 축구를 하는 내가 ‘괴짜’로 보였다. 지금은 10세가 된 축구광 딸의 강력한 권유로 심판이 됐는데 시즌 초기에 코너킥 때 선수를 교체를 하려는 등 축구를 모르는 감독들에게 규칙을 가르치느라 야외학습을 나온 선생님이 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그건 규칙상 원래 아니됩니다”라고.
LA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헤터 토바씨는 지난해 12월 2일 칼럼에서 남미 특파원을 하다가 귀국했을 때 미국의 너무나 “친절하고 부드러운 축구”에 문화충격을 느꼈다고 했다. 욕을 하고 싶은데 참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청소년 리그에서는 학부모들에게 나눠주는 가이드라인에서 해도 되는 말과 해서 안 되는 말을 일러주고 있다. “굿”, “좋았어” 등 과거형 긍정문만 허용되며 이래라 저래라 하면 안 된다. 그 만큼 미국에서 축구는 경쟁보다는 교양을 위한 스포츠로 자리매김됐고 미국 축구가 얌전한 아동문학 작품과 같은 대우를 받는 데는 이런 부분이 클 것이다.
그래서 미국 축구의 전망이 밝다고 한다. 우선 미국 축구 대표팀 멤버들이 청소년 축구가 겨우 유행하기 시작한 30년 전 이후 자란 선수들이다. 지금은 더 어린 나이에, 여자 아이들도 하기 때문에 잠재적 인재가 다른 나라 보다 많다는 것이다. 여자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미국 여성 축구는 여자월드컵, 올림픽, 그리고 여성축구의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알그라베컵에서 계속 쾌거를 이뤄내 FIFA랭킹 1위다. 축구황제 펠레가 선정한 ‘최고 축구 선수 100명’에 들어간 단 2명의 여자 선수는 모두 미국인이다. 한편 23일자 LA 타임스는 “정의롭지 못한 축구장”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 대 솔로베니아전의 오심으로 ‘애국심 발동’한 미국인들이 앞으로 더 관심있게 축구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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