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저씨’서 전직 특수요원
4일 개봉하는 영화 ‘아저씨’는 잔혹하고 사실적인 액션이 돋보인다. 특수요원 출신으로 설정된 주인공 태식이 이웃집 소녀를 납치한 범죄 조직을 초토화하면서 보여주는 격투장면은 피가 흩뿌려지고 뼈가 꺾이는 잔혹한 장면이 많지만 비장미가 넘친다.
액션 배우로 거듭난 원빈을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전투장면을 찍었고 ‘킬러들의 수다’에서 총을 들긴 했지만, 정통 액션 영화에 도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액션영화에 빠졌어요. ‘테러리스트’를 보고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죠. ‘너무 멋있다. 나도 저런 영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죠. 액션영화를 하기까지 데뷔하고 14년이 지났네요."
원빈은 영화 제목인 아저씨라는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각 같은 외모를 자랑한다. 이정범 감독이 원래 생각했던 것도 전형적인 중년 아저씨 캐릭터였다.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저씨 같지 않은 남자 배우가 했을 때 재미있어질 거란 생각을 했어요."
원빈은 자신에게 배우의 꿈을 심어준 ‘테러리스트’의 최민수와 같이 억센 남성미는 없지만, 가슴 깊은 상처가 있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분노를 감성적으로 보여줬다.
그는 이 감독과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면서 액션이 아닌 감정 연기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고 말했다. 원빈은 "태식의 억눌린 감정은 액션으로 표현된다. 액션이 태식의 언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액션 촬영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한국영화에선 잘 볼 수 없던 장면이 많아 신기하기도 했다"면서 "실제 특수요원이 상대와 맞닥뜨렸을 때 반사적으로 나오는 동작을 소화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기본기가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촬영 3개월 전부터 무술감독과 칼과 총을 잡는 법, 스텝을 밟는 법 등을 연습했어요. 스텝이 어렵더라고요. 상 하체가 맞아야 하는데 따로 놀아서요."
그는 영화에서 실라트, 칼리, 아르니스 등 아시아 지역 전통무술을 혼합해 만든 빠른 동작의 절도 있는 액션을 선보였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가장 위험하게 느낀 장면은 무엇일까. 그는 골프장에서 건물 밖으로 내던져져 그물 위에 떨어지는 장면을 꼽았다. "5층 정도 높이에서 줄 하나에 매달린 거죠. 방어가 안 된 상태에서 의식도 없이 떨어지는 장면이라 아찔했어요."
’아저씨’는 원빈 혼자 주연을 맡은 첫 영화다. 그는 ‘태극기를 휘날리며’에서는 장동건과, ‘마더’에서는 김혜자와, 그리고 ‘우리형’에서는 신하균과 호흡을 맞췄지만 ‘아저씨’에서는 혼자 힘으로 모든 일을 해결한다.
하지만, 그는 단독 주연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아저씨’는 배우로 다가가는 하나의 작품"이라고만 말했다. "원톱이라고 주변에서 말하는데 그런 건 생각 안 하려 했어요. 생각하다 보면 부담감 때문에 연기하는 데 방해될 수 있죠. 사실 촬영이 바쁘게 진행되다 보니 생각할 겨를도 없고요. 개봉 앞두고 나서 많은 분이 응원해주실 때 부담을 좀 느끼죠."
2001년 장진 감독의 ‘킬러들의 수다’를 시작으로 ‘아저씨’에 이르기까지 그는 영화 5편을 찍었다. 입대와 의병제대의 공백이 있긴 하지만 작품 수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마음이 잘 맞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어요. ‘태극기 휘날리며’나 ‘마더’ 같이 오래 찍은 작품도 있었고요. 많은 작품을 하기보다는 꾸준히 오랫동안 천천히 가고 싶어요."
작품을 하지 않을 때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했다.
"대부분 집에 있어요. 영화 보고 책도 봐요. 사람들을 자주 만나거나 술자리를 자주 하지는 않아요. 밤낮이 뒤바뀔 때가 있는데 아침까지 안 자고 혼자 조조영화를 보고 나서 자기도 해요. 바빠서 ‘방자전’ 이후에는 극장을 못 갔어요."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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