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편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 옛날 인류의 조상 누군가가 돌멩이를 맞부딪쳐 날카롭게 만든 후 동물의 가죽을 벗겨 살코기는 먹고 옷을 해 입을 생각을 해 낸 것도 보다 편하게 살기 위한 궁리 끝에 나온 것이다.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각종 첨단 테크놀로지로 무장된 현대인 삶의 첫 출발은 이렇게 시작됐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인간생활을 발전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라는 비극의 근원이기도 하다. 힘들게 산을 뒤져 열매를 따먹으며 짐승을 잡는 대신 집 근처에 씨를 뿌려 곡물을 거두고 야생동물을 길들여 가축으로 만드는 것이 편리하다는 것을 알아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몽둥이로 이런 사람을 위협해 땀 흘려 얻은 과실을 착복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데 착안한 사람도 있었다.
인류 역사의 시작은 이 몽둥이를 든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쟁기를 든 사람들을 수탈하기 시작하면서 이뤄졌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이집트 나일 강에서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강변이나 황하 일대 어디를 봐도 소수의 지배계급이 다수의 농민들을 칼과 창으로 위협, 호의호식하며 살았다는 점은 신기하게 일치한다. 이들 지배계급은 특권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와 경찰을 만들고 지배를 정당화하는 종교와 제사장을 세웠으며 조세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착취를 능률적으로 하기 위해 문자와 숫자를 발명했다.
그러나 이런 착취의 고착화와 함께 이것이 잘못이라는 생각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현상이 유대 선지자들의 등장이다. 이들은 오로지 야훼에 의지해 집권자들의 학정을 규탄하고 고아와 과부를 돌볼 것을 호소했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자녀로 평등하며 누구도 이들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기독교로 이어져 서양 휴머니즘의 바탕이 된다.
서양에 기독교적 휴머니즘의 전통이 있다면 동양에는 유교가 있다.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에 보면 공자가 조국인 노나라가 계손자라는 대부의 중과세와 학정으로 어지러워지자 제자들을 이끌고 제나라로 가는 장면이 나온다. 어느 산골 고개를 넘는데 세 개의 무덤이 있고 한 여인이 슬피 울고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시아버지와 남편, 아들이 모두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는 것이다. 어째서 이런 곳을 떠나지 않느냐고 묻자 여인은 “호랑이에게 물릴지언정 무거운 세금이 없는 이곳에서 사는 것이 낫다”고 답했다고 한다.
집권자의 압제에 대한 저항은 이렇듯 옛날부터 있었지만 이것이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갖춘 것은 1776년 미국 독립선언 이후다. 미국 독립전쟁은 영국의 부당한 과세에 대한 저항이 시발점이었다. 사소한 액수의 미미한 품목에 대한 과세였지만 이를 허용할 경우 장차 중과세와 학정의 빌미를 준다는 것이 식민지인들이 목숨을 걸고 모국에 반기를 든 이유였다.
그 후 오랫동안 미국은 낮은 세금과 집권자에 의한 국민 착취가 없는 그야말로 자유의 나라였다. 미국이 빠른 시일 내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기초 위에 가능했다.
그러나 그런 미국에서조차 집권자에 의한 국민의 착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남가주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의 하나인 벨시 공무원들의 임금 체계다. 국장 연봉이 80만달러에 육박하고 그만둬도 평생 60만달러에 달하는 연금을 받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 보좌관 연봉도 40만달러에 가깝고 경찰서장은 45만달러를 가져간다. 이들이 은퇴해 받는 연금은 벨시뿐만 아니라 글렌데일 등 다른 도시들이 같이 물어줘야 한다. 거기다 벨 등 가난한 도시의 재산세는 1.5% 수준으로 팔로스버디스나 베벌리힐스 등 부자 동네가 1% 조금 넘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동네가 가난할수록 주민들은 중과세에 신음하고 공무원들은 호의호식한다는 이야기다.
미 독립선언서를 쓴 토머스 제퍼슨은 “자유의 대가는 끝없는 감시”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번 벨시 스캔들은 모순 덩어리인 가주 공무원 보수와 연봉 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라는 지상명령이다. 슈워제네거 주지사와 제리 브라운, 메그 위트먼 주지사 후보들은 모두 제도 개혁을 부르짖고 나섰다. 이번만은 새크라멘토의 정치인들이 주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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