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에서 실업자가 양산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고용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실업자들은 임금이나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집에서 쫏겨나거나 자동차를 압류당할 처지에 놓였지만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당국은 이들을 구제할만한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실업으로 수개월째 집세를 내지 못하는 바람에 해 쫏겨나게 된 중년여성 자린(49)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는 최근 살림살이를 대부분 처분하고 꼭 필요한 물건만 자동차에 실은 채 집을 떠나 한 싸구려 모텔로 들어갔다.
그가 가진 전재산은 가구를 팔고 친구들로부터 빌려 마련한 260달러가 전부다. 그나마 이 모텔에서 일주일 정도를 지내고 나면 사라질 형편이다.
그는 지난 3월 마지막으로 실업수당을 받았으며 그 이후에는 아무런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
불과 2년전만 해도 뉴욕시의 한 중소기업에서 고객담당 부서장을 지내고 대학원에도 등록해 다녔던 그였지만 회사에서 해고된 뒤 정부에서 99주동안 지급하는 실업수당마저 끊기면서 이제 앞날이 막막한 처지가 된 것이다.
자린과 같은 장기실업자들은 정부에서 지급하는 실업수당 최대한도가 다 소진되면서 스스로를 ‘99주 세대’라고 부른다.
미국 의회에서는 실업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기 위해 오랜기간 논의를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희망도 없다. 의회에서 논의중인 법안은 실업후 26주만에 중단되는 일부 혜택을 60~99주간 제공하도록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에서 99주 이상 장기실업상태에 있는 실업자수는 140만명에 달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이 길거리로 내몰리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들중 대부분은 이미 실업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린씨는 과거와 같이 중산층 혹은 노동자 계층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그는 "차를 타고 가다가 ‘운전대를 확 돌려 사고를 내버리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실업사태가 심각한 지경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지난 몇달간 실업수당이 끊긴 사람들이 실업자에 대한 지원기간을 늘려달라고 의회에 호소했으나 의원들은 갈수록 치솟는 재정적자 때문에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고용법 프로젝트의 앤드루 스테트너 부소장은 "99주간의 혜택을 지키는 것만 해도 의원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었다. 이 기간을 더 늘리는 조치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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