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랫만에 독자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첫번째도 두번째 때에도 이처럼 떨리고 두렵진 않았던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경륜이 생겨 좀더 자신이 있고 대담해질줄 알았는데 전혀 그게 아니고 모든 일에 겁이 많아지고 주저주저, 머뭇거림,엉거주춤이 습관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혹이라도 독자들의 마음속에 뭉툭히 닳아빠진 연필에 침을 묻혀 쓴 볼품 없는 하소연이나 넉두리같이 읽혀지지 않을까 망설이고 또 망설입니다.
오래 알고 지내던 지인께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글을 한번 써 주시기 바람니다.” 하셨는데 그 부탁을 받는순간 머리속에 실타래가 엉켜 풀어지지 않는 답답함이 전부였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더워 졌습니다, 가장 얇고 가벼운 옷을 찾느라 이 서랍 저 서랍, 위에서 아래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찾았습니다. "아휴, 이게 여기 있었네” “아니, 이건 왜 여기있지?” “이건 또 뭐야?” 겨울옷, 여름옷, 속옷, 양말, 아끼느라 쓰지않고 두었던 지갑들, 말린 라벤더 향이 좋아 넣었던 망사 주머니, 이제 향내는 다 날아가고 푸시시 바닥에 떨어진 라벤더 부스러기들….
나 외에 누가 이서랍들을 들여다 보지도 만지지도 않을거라 생각하고 그저 내가 편한데로 눈에 보일때마다 쑤셔 넣었던 서랍들은 무얼 찾기엔 너무 힘든 “보물찾기” 였습니다. 있긴 분명히 이 안에 다 있을 텐데…..아예 서랍들을 몽땅 쏟아 놓았습니다.
하나씩 곱게 접고 너무 낡은건 옆으로 비켜 놓고 양말은 양말대로 속옷은 속옷대로 두꺼운 옷, 얇은옷, 긴팔, 짧은팔 차곡 차곡 정리 했습니다. 잘 닫기지가 않아 꾹꾹 눌러 밀어 버리듯 닫았던 서랍들이 왜이리 공간이 많아 졌는지요.
“아, 내가 옷이 얼마 없구나. 샤핑을 좀 해야겠네.” 엉뚱한 생각을 다 했습니다.
이제 그 서랍을 정리하듯 내 머리와 마음과 생각을 정리해야 되겠습니다. 마음속에 그리고 머리속에 엉클어진 실타래같은 생각들을차곡차곡 하나씩 정리하며 되돌아보고 또 남아있는 날들에대한 꿈도 담아 보아야겠습니다. 무뎌진 연필도 좀 깍고 겸손하고 진솔한 마음으로 독자들 앞에 설수 있기를 노력해 봅니다.
* 이금자씨는 1972년 뉴욕으로 이민와 74년부터 베이지역에 거주해온 올드 타이머다. 35년간 PG&E에서 근무한 후 2007년 은퇴했다. 중간 부업으로 발보아 꽃집도 운영했던 이씨 부부는 1남 1녀로부터 친손자 2명과 외손녀 3명등 5명의 손주를 두고 있는데 아이들 돌보아 달라는 자녀들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항시 대기하느라 느긋한 은퇴후 생활은 아직 꿈도 못꾼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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