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맘 때면 유명 미디어를 비롯해 여러 기관들이 앞 다퉈 대학 순위(ranking)를 발표한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손가락으로 관심 있는 대학들을 짚어가며 몇 등을 차지했는지 따져보게 된다.
그런데 대학 순위를 발표하는 기관마다 순위를 매기는 방법과 주안점이 서로 다르다 보니, 결과도 제각각이어서 대표적인 대학 순위 선정기관인 US뉴스 앤 월드 리포트에서 최상단에 자리 잡았던 유명 사립대학들이 다른 조사에서는 뒤로 밀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워싱턴 먼슬리(Washington Monthly)라는 기관에서 대학 순위를 발표했는데, UC계열 대학들이 하버드 등 내로라하는 대학들을 제치고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간단히 이유를 설명하면 기준이 저소득층 자녀들이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면 학부모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떻게 아이비리그 명문대들이 지명도에서 한 단계 낮은 대학보다 못하냐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부모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은 채 다짜고짜 “내 아이가 이 정도 수준의 대학 밖에 다니지 않는다는 얘기냐?”라며 항의하기도 한다.
한인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 탓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학교의 ‘명성’ ‘지명도’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이는 비단 한인 부모들만의 모습은 아니다. 미국인 부모들도 같은 반응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이런 발표들이 나올 때마다 그 가치를 놓고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학생 및 학부모들의 혼란만 가중시켜 균형 있고, 발전 지향적인 고등교육의 질을 망치는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난도 나온다.
비판론자들이 지적하는 랭킹발표의 문제점은 입학한 학생들과 관련된 요소들만을 모아 분석한 것으로, 대학들이 학생들을 위해 제공하는 교육의 질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또 낮은 평가를 받은 대학들은 다음에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내부의 질적 향상을 위한 투자 대신, 홍보 등에만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게 만드는 결과만 불러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신뢰도를 향상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공통의 기준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만든 순위 결과들의 가치를 일방적으로 깎아 내릴 수는 없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것이다.
대학 랭킹은 이를 조사한 기관의 기준과 판단에서 본 전체적이고, 포괄적인 산물이어서, 그 결과의 잣대를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이 들이밀 수는 없다. 더욱이 누구나 알아주는 대학의 입학이 장래를 보장해 주는 보험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정말 오산이다. 그리고 이는 누구보다 부모들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발표가 나왔을 때는 무엇을 기준으로 했는지, 그리고 그 안에 내용들은 무엇이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 중요하고 생각되는 정보들을 골라 얻으면 된다.
단순히 맨 앞에 자리 잡은 순위 숫자만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상위권 대학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 끝낸다면 그 자료는 정말 무의미한 것이 될 수 있다.
개학과 함께 2011 가을학기 입시가 시작됐다.
12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앞으로 5개월 간 갈수록 좁아지는 대학문을 통과하기 위해 뜨거운 입시전쟁을 치러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고민스러운 것이 아이의 실력, 학교 명성, 전공 등 여러 가지를 따져 지원할 대학을 고르는 일일 것이다.
지원할 대학이 전국에서 몇 등에 해당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대학에 입학해서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지가 우선이다. 그러려면 지원할 대학 하나하나를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장단점을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다면, 온라인 또는 주변에 귀동냥을 통해서라도 궁금한 것을 해소해야 한다.
순위에만 얽매이다 보다 정작 중요한 가치들을 잊어버리거나,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성락 특집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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