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자’ 제작자로 2년만에 내한
"영웅본색을 만들 때 형제애를 깊이 다루지 못한 점이 아쉬웠어요. 그때는 형제보다는 주윤발과 적룡의 우정에 중심을 뒀죠. 그때 제가 못한 걸 송해성 감독이 해주었네요."
우위썬(오우삼.吳宇森) 감독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적자를 보면서 영웅본색(1986)을 잊고 새로운 영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위썬 감독이 ‘적벽대전-거대 전쟁의 시작’으로 2008년 6월 한국을 찾은 후 2년만에 내한했다. 자신의 영화 ‘영웅본색’에 탈북이라는 한국적 소재를 덧입혀 리메이크된 ‘무적자’(송해성 감독)의 제작자로서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영화는 무기밀매 조직의 혁(주진모)과 영춘(송승헌), 형사가 돼 형을 쫓는 혁의 동생 철(김강우), 이들 모두를 제거하고 조직을 손에 넣으려는 태민(조한선)의 이야기다.
우위썬 감독은 "영화 전체의 중심을 형제의 감정에 두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특히 형제가 북한에서 왔다는 설정 자체가 좋았는데 이러한 설정은 형제의 모순, 오해, 고통을 섬세하게 묘사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리메이크작의 경우 원작을 그대로 따라 할 경우 패착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제한 뒤 "’무적자’는 원작이라는 소재를 독립적인 스타일과 진정성을 가지고 표현해냈다"며 "송 감독의 인생관과 개인적인 정서가 영화에 투영돼 좋았다"고 칭찬했다.
한국에서 리메이크된 경위에 대해서는 ‘영웅본색’이 가진 정서적인 부분을 ‘무적자’가 잘 살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여러 나라에서 영웅본색에 대한 리메이크 제의가 들어왔어요.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영웅본색을 그저 액션영화로 치부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접근했어요. 사실 영웅본색의 주안점은 사람의 감정, 예컨대 형제애, 우정, 형제와 친구를 위해 희생하는 정신 등에 있습니다. 송 감독의 시나리오에는 형제애, 우애 등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여기에 새로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리메이크를 허락했습니다."
그는 "영화(무적자)에서 아쉬운 점이 없었다"고 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주윤발이 무게감 있는 느낌이었다면 송승헌은 주윤발보다 귀엽고 발랄하며 현대적이다"고 평가했다. ‘무적자’의 송승헌은 ‘영웅본색’에서 주윤발에 해당하는 ‘영춘’역을 맡았다.
우위썬 감독은 ‘영웅본색’ ‘첩혈쌍웅’ ‘첩혈속집’ 등을 연출, 홍콩 누아르 장르를 대표해온 감독이다. 1993년에는 ‘하드 타겟’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으며 이후 ‘페이스 오프’ ‘미션 임파서블 2’ ‘적벽대전’ 등도 만들었다.
수십 년간 영화를 만들어온 영화 장인인 그는 "당대 영화의 혁신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이를 기념해 베니스 리도섬에서는 회고전도 열리고 있다.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무적자’도 회고전에 초청됐다.
평생 영화에 매진해온 우위썬 감독. 그가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건 무얼까.
"배우의 연기입니다. 배우는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고,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접 관객에게 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배우의 인생관과 경험, 경력을 연기에 담아내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배우와 대화를 나누고 그를 바탕으로 대사도 씁니다. 배우의 연기 안에 제 모습도 보일 겁니다. 저는 배우를 통해 제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우 감독은 8일 오후 한국을 찾아 ‘무적자’ VIP 시사회에 참석한 데 이어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후 중국 베이징으로 떠난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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