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마자 북한산으로 달음질 쳤다. 산은 푸른 기운을 뿜어내고, 거침없는 계곡물은 물방울을 터뜨리며 굽이 흐른는 이른 아침. 정릉에서 출발하여 늠름한 북한산성을 따라서 걷다보면 어느새 동장대가 나오고, 백운대 정상에 올라 표현할 수 없는 시원함을 느끼며 도선사로 내려왔다. 남편과 하산주로 막걸리에 파전을 먹고 집으로 오니 점심 나절이다.
가회동 구멍가게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서 어느 할아버지가 "얼마나 맛있어요?" 하고 묻는다. 그냥 웃으며 지나가는데 할아버지가 우리 집 대문을 함께 들어 선다. 바로 국민가수 김도향씨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네요’라는 노래로 유명한 김도향씨는 동네 아저씨 마냥 구수한 된장냄새가 풀풀난다.
"과거와 현대와의 공존, 육백년 도성을 가수 김도향과 함께 걷다" 라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데, 40년 동안 통제 되었다가 최근 일반에게 개방된 북악산 성곽길(창의문에서 북악마루, 청운대, 숙정문을 지나 삼청동의 삼청공원으로 이어진다)과 북촌 한옥마을을 걸으며 예고 없이 만나는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고 차도 한잔 마시는 그런 영상을 찍고 있는 중이었다.
북한산에서 막 내려와 등산복에서 땀냄새가 풀풀나고 마당 가득 빨래가 널어져 있는 풍경에 이런게 사람사는 모습 아니냐며 껄껄 웃으신다.
얼른 빨래를 걷고, 마당에 놓여진 의자에 느긋이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후에 누군가 전화를 해서 빨리 텔레비젼을 틀어보라고 하여 방송을 보니 "외국인에게서 듣는 한옥 사랑 이야기, 우리도 잊고 있었던 한국의 미를 재발견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라며 한국어는 서툴지만 한옥에 대해서는 할 말이 무척 많은 모습의 남편과 한옥이 참하게 나왔다.
가회동 한옥에는 의외로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데 일찍이 한옥을 사랑하여 한옥을 아예 사서 뿌리를 내린 프랑스분도 살고 한옥을 좀 더 현대적으로 개조하여 살고 있는 이태리분도 있다. 물론 우리 처럼 월세를 내며 사는 외국인들도 여럿 있다.
미국에 살면서 제일 그리운게 있다면 도심에서도 고개만 돌리면 마주치는 정겨운 산들과 하산길에 즐기는 먹거리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뻐근한 다리를 뻗고 누우면 ‘아이고’ 시원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는 온돌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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