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감동적인 일이 있었다. 백인 여교사와 흑인 학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8학년 담임이자 과학교사인 제인 스미스 선생님은 흑인학생 마이클 카터가 몹시 못마땅하였다. 마이클은 주의가 산만하고 항상 배기 바지를 입고 다녔으며 바지는 언제나 반쯤 흘러내린 상태였다. 또 마이클은 풋볼 연습할 때도 공을 잘 놓쳤다. 그럴 때 보면 항상 바지가 흘러 내려 있어서 교사는 어느 날 마이클에게 화를 내면서 야단을 쳤다.
“마이클, 너는 왜 매일 옷을 단정하게 입고 다니지 않니? 너는 왜 매일 배기바지를 엉덩이에 반쯤 걸쳐 입는 거니? 정말 보기 싫어!”
야단을 맞던 마이클의 대답은 의외였다.
“선생님, 저는 콩팥이 나빠서 12년째 투석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복막투석을 하고 있고요. 투석을 위해 복강 안에 넣은 튜브가 자꾸 바지와 마찰을 일으켜서 피부가 아픕니다. 그래서 헐렁한 바지를 밑으로 내려 입다보니 바지가 엉덩이에 반쯤만 걸쳐지게 됩니다. 이제는 정말 투석하기가 힘들고 싫어요”
마이클의 눈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
순간 교사는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아! 내가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했구나. 마이클의 사정도 모른 채 헐렁한 바지 때문에 아이를 미워하고 문제아로 취급해 왔구나”
교사는 마이클에게 물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니?”
마이클은 평소에 생각하던 바를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신장이식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젠 정말 지쳤어요. 그렇지만 나에게는 순서가 안 오는 모양이에요”
스미스 선생님의 입에서 “나는 콩팥이 두개 있어”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그날 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편모인 그는 다음날 13세 된 아들에게 물었다. “내가 신장을 기증하려고 하는데 괜찮겠니?”
아들이 물었다 “누구에게 주시려고요?”
“우리 학교 마이클 카터라는 아이에게”
아들은 대답대신 어머니를 따뜻하게 앉아 주었다. “어머니, 사랑해요. 존경해요”
그 후 모든 검사 결과 교사와 학생의 신장조직이 잘 맞고 수술하는데 모든 조건이 좋다는 판정이 나왔다. 그렇다고 수술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마이클이 복막염으로 열이 나서 연기된 후 결국 올 4월 신장이식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마이클의 신장은 수술 즉시 작동하기 시작했고 스미스 선생님도 서서히 회복되었다. 두 사람이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 백인, 흑인 학생들 모두가 감격하여 서로 얼싸안고 울었다고 한다.
신장이 나빠져 기능이 10% 가깝게 떨어지면 투석을 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투석은 크게 나누어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이 있다. 혈액투석은 혈관에서 피를 뽑아 인공신장을 통과하게 함으로써 피를 깨끗하게 하는 방법이고, 복막투석은 플래스틱 관을 배꼽의 약간 아래쪽 복강 안에 꽂아서 그 관을 통해 깨끗한 투석액을 넣어주는 방법이다.
내장을 덮고 있는 복막의 모세혈관을 통한 삼투압 작용으로 노폐물은 투석액으로 빠져나오고 투석액에 있던 필요한 성분들은 환자의 몸 안으로 스며들어가게 된다. 복막투석은 쉽고, 환자가 직접 집에서 간단한 기계를 이용해 밤에 자면서 할 수 있으며, 낮에는 활동이 자유스러워 젊은 층 환자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마이클처럼 헐렁한 바지를 입곤 한다.
마이클과 스미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은 후 나 역시 복막투석 환자들의 복장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또 사람들을 외모로, 나의 편견으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많은 경우들이 떠올라 무척 후회스럽다.
인종을 뛰어 넘어 자신을 희생하며 제자를 사랑한 43세의 제인 스미스 선생님을 생각하면 미국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마이클의 꿈은 농구선수가 되어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농구팀에서 뛰는 것이라 한다. 스미스 선생님은 그 게임을 보는 것이 꿈이라 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김홍식 / 내과의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