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1948)은 농장주의 착취를 견디다 못한 동물들이 인간들을 몰아내고 동물의 나라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장편소설이다.
동물들은 공평하게 잘먹고 잘사는 농장을 건설할 줄 알았는데 두목 수퇘지 ‘나폴레옹’이 독재자로 군림하면서 온갖 찾취에 시달린다. 소설을 쓴 조지 오웬은 양과 말 닭 등 순진하게 믿고 따르던 가축들을 ‘나폴레옹’이 악랄하게 착취한다는 이야기로 독재자와 당시 사회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LA다운타운에서 남쪽으로 5마일여 떨어진 소도시 ‘벨’에서는 ‘동물농장’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고위 공직자들과 시의원들이 합세해 주민들의 고혈을 빨아가며 자신들의 부를 챙긴 일이다.
히스패닉이 대부분인 벨은 인구 4만명에 불과한 가난한 소도시다. 그런데 시 매니저의 봉급은 대통령의 두배가 넘고 46명의 병력을 거느린 경찰국장은 1만 3,000명 병력의 LA경찰국 국장보다도 50%나 더 받아갔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시의원 5명중 4명의 연봉은 10만달러에 육박한다. 비슷한 도시 시의원보다 무려 10배를 더 받는다.
1999년 행정 최고책임자로 초빙된 시 매니저 로버트 리조는 주민들을 수탈해 자신의 배를 채웠고 주민들이 뽑은 시의원들은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아먹으며 수년 동안 입을 다문 채 호의호식해왔다.
주민들의 중간소득은 4만556달러로 카운티 평균5만 7,152달러에 크게 뒤진다. 그런데도 재산세는 LA카운티 47개 도시 중 두번째로 비싸다. 재산세에 포함된 공무원 은퇴연금 부담 비율도 0.187%에서 2007년 0.277%로 50%나 뛰어올랐다. 40만달러 주택 소유주의 경우 그동안 재산세로 365달러를 더 냈다.
시 매니저 리조는 80만달러의 연봉에 수당까지 합쳐 1년에 150만달러를 받아 갔다. 부매니저는 37만6,288달러, 경찰국장은 45만7,000달러를 연봉으로 받았다.
또 고위 공무원들과 시의원들은 시에서 주민들의 혈세까지 빌려썼다. 리조는 동물농장의 수퇘지 독재자 ‘나폴레옹’으로, 시의원들은 ‘나폴레옹’을 주의에서 가축들을 감시, 처벌했던 개들로 비유하면 딱 들어맞는다.
이번 스캔들을 폭로한 LA타임스는 언론의 감시기능의 마비와 주민들의 무관심을 원인으로 꼽았다. 독자 감소, 불경기등의 이유로 기자들의 감원사태가 속출하면서 기자들의 시선이 사우스LA에 산재한 소도시에까지 미치지 못했고 주민들은 시정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도시들의 공무원 봉급을 엄격히 제한 하고 있다. 하지만 매니저 리조는 시의원들의 묵계하에 2005년 주민튜표를 실시, 벨을 주 행정법에서 자유로운 일명 ‘차터 시티’로 바꿔버렸다.
문제는 당시의 투표율이었다. 고작 400명이 참여해 찬성 336대 반대 54로 시의 금고문을 열어준 것이다. 리조는 5년만에 자신과 비호 세력들의 봉급을 미국 최고로 만들어놓았다.
지난 7월 LA타임스의 폭로 기사 이후 주민들은 연일 시의회로 몰려가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주와 카운티 정부가 수사를 발표하자 매니저등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사퇴했고 시의원들은 자신들의 봉급을 90% 감봉하며 서둘러 사태 무마에 나서고 있지만 주민들은 시의원 탄핵으로 맞서며 개혁을 다짐하고 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미국에서는 투표가 힘이다. 투표권을 포기하면 벨과 같이 된다. 우리 같은 소수계는 더욱 그렇다. LA한인타운 관한 10지구 시의원 선거의 당락이 2,000여표로 갈린 적도 있었다. 한인 유권자들만으로도 당락을 좌우 할 수 있는 표차다.
잘하려니 맡겨놓고 돈만 거둬줬다가는 큰코다치는 곳이 미국이다. 얼마전 LA시의회의 갑작스런 한인타운구획 축소건도 그렇고 한인타운 지역 재개발 지원기금(CRA기금)의 배당과정도 그렇다. ‘똘마니’소리까지 들어가며 한국 정치에만 매달린다면 한인사회는 미국 정치인들에게 돈대주는 영원한 ‘ATM’ 머신이란 불명예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김정섭 국제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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