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본 경주 박물관은 나에게는 박물관의 첫 추억이다. 신라시대의 토기, 고려시대의 청자, 그리고 조선백자 등 수백년전 조상들의 유산과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다.
미국에 이주해 온 후 뉴욕시의 메트로폴리탄 미술박물관, 워싱턴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 등등 많은 박물관을 방문했다.
이제는 어느 도시든 방문해서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바로 그곳의 박물관을 찾아서 그곳의 문화를 엿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필자가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주목하는 박물관은 LA 리틀 도쿄에 세워진 일미박물관이다. 1982년 첫 모금운동이 시작될 때 나도 창립멤버로 참가해서 이제 이 박물관의 창립회원으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이 땅에 어렵게 뿌리내린 일본인 후손들의 이민역사와 일본문화의 전 미국 총본부로 등장한 이곳은 일본정부의 전혀 도움없이, 일본후손들, 전부가 뭉쳐서 세운 유일한 박물관이자 그들 자존심의 상징이다.
1950년대까지도 시민권을 받지 못하고 투표권도 못 가진 이민자들이었는데 이제는 미국시민으로서 당당하게 이 땅에 뿌리를 내린 그들의 모습은 장하기만 하다. 모금운동은 전국적으로 그리고 조용히 이루어졌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다.
1997년에 증설개관이 있었는데 개관에 쓰여진 돈은 4.500만 달러가 소요되었으며 회원과 모금에 참가한 사람들이 4만5,000명이라니 이런 큰 성공적인 사업은 그들 이민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일것 같다.
다 민족이 사는 미국 땅에서 자기나라의 고유한 박물관을 가졌다는 것은 그 민족의 자존심의 큰 상징이다. 한 예로 1950년대에 2개밖에 없던 유대인 박물관이 1990년에는 미전국에 35개나 된다고 한다. 우리 한국이민자도 이제는 이 땅에 하나쯤 박물관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하와이 사탕수수밭 선조로 시작해서 100년이 넘은 우리 이민역사는 200년 조금 넘은 미국역사에 비교해 본다면 그렇게 짧은 역사라 할 수 없을 것 같다.
한국 가정과 하루가 무섭게 변하는 미국 주류사회의 전혀 다른 두 세계 사이에서 살아 가면서 미국 사람이라 해야 할지 한국사람이라 해야 할 지 혼돈하며 때로는 방황하는 우리의 10대 젊은 세대와 빠르게 성장하는 우리의 2세들, 그리고 17만이나 된다는 한국계 입양자들과 그들의 후손들을 향해서 뿌리 교육을 강조한다. 한미 박물관이 있다면 뿌리교육의 산 교육장으로서 또 재미 한국후손들의 문화적 궤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구심점이 되리라 믿는다.
과거는 우리의 유산이요 현재는 우리의 책임이요 미래는 우리의 도전이란 말이 있다. 우리 박물관을 세우는 일은 우리의 책임이요 후손들의 도전이라고 한다. 지금이라도 모금사업이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1992년 LA 한인 사회에서 한국 이민박물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원로 건축가 데이빗 현 이사장을 중심으로 도산 안창호 선생 따님 수잔 안, 예비역 김영옥 대령, 그리고 계신 올림픽 금메달 수상자 새미 리 등등 해서 시작이 되었다. 그러나 김영옥 대령은 세상을 떠나고 이사장이던 데이빗 현은 양로원에서 치매로 투병하고 있다. 나도 그 당시 창립 이사로서 첫 모금위원장으로 일했었다.
한국 후손이 전부 동참해서 전국적인 모금운동이 일어나고 해서 10년, 20년 후에라도 미국 이민사회에 한국 이민 박물관이 세워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동준 / 한미박물관 창립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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